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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은 보스턴 시내에서 한시간 반 정도를 가야하니까 굳이 끌릴 이유가 없었어도 내가 미국에 살던 당시에는 꽤나 자주 갔었다. Howard Maurer 설계의 71홀 골프장으로, 시작하던 당시에는 회원제 컨트리클럽이었으나 2011년인가 망하면서 한동안 (시간만 잘 고르면 평일 오후에 20불 정도로) 싸게 나왔었고, 위치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쌩초보 시절에 샷을 연습하기에 좋았다. Wentworth Hills 컨트리클럽의 다른 장점이라면, 근방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어서 누가 쇼핑을 가겠다면 매장에 내려놓고 몇시간 골프를 치러 다녀올 수 있다. 매사추세츠와 로드아일랜드 주의 경계에 골프장이 위치해서 후반을 돌다보면 주경계 표지판을 넘나드는 신기한 경험도 한다. 이번에도 동행을 아울렛에 내려주고서 혼자 왔는데 카트없이 38불을 냈으니 옛날을 생각하면 살짝 비싸지만 이정도 수준의 코스라면 저렴한 편이다. 기억에도 홀들의 길이가 길지 않았기에 블루티를 선택하고는 혼자서 친다.
첫번째 홀부터 티샷이 170 미터 이상이면 막창인 좌도그렉 파 4 홀로 시작한다. 이 골프장의 디자인은 좀 특이하면서도 비슷한 홀이 거의 없게 재미있다 (나야 오래전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럭저럭 쳤지만 초행이라면 좀 고생할 수도 있다). 마에스트로 등에서 본듯한, 계곡을 넘어 페어웨이가 사선으로 그린쪽으로 갈수록 멀어지는 3번이 핸디캡 1번이었는데 예전에는 늘 여기서 공을 잃어버리곤 했지만 이번에는 기분좋게 투온으로 파를 잡았다. 야생의 숲과 늪지를 보존하면서 페어웨이를 만들었기 때문에 거북이나 뱀 등의 동물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외에 거위들도 많아서 잘 닦아놓은 페어웨이에 배설물이 종종 거슬린다. 그린도 홀마다 특성이 다른 편인데 커다랗고 울퉁불퉁한 홀들도 있지만 16번 파 3 홀처럼 작고 솥뚜껑처럼 생겨서 공을 올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싸늘한 날씨였고, 아직 숲의 나무들에는 잎이 무성하지 않았으나 그린만큼은 놀랄 정도로 빨랐다. 4시간 미만에 18홀을 마치고는 다시 아울렛으로 찾아갔으니 완벽한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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