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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일요일에 어디를 가볼까, 공항까지의 동선과 라쿠텐 평점 등을 고려해서 찾다가 결정했던 곳이 (원래는) 후쿠오카 센추리 골프클럽 (福岡センチュリーゴルフ倶楽部)이었다. 워낙 좋다고 소문난 골프장이었는데 용하게도 부킹에 성공했었으나 출발 몇일전에 갑자기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골프장 측으로 직접 문의바랍니다 그런 메일이 날아왔다. 항간에는 외국인을 받지 않는다거나 받더라도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들만 부킹할 수 있다 그런 골프장이 일본에 있다고 듣긴 했었는데 네이버에서 후쿠오카 센추리를 검색하면 한국말로 된 후기가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오니 그것도 아닐 것이다. 암튼 전화해서 따질 주변머리가 아니어서 혼자서 씩씩거리다가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캐디를 써야하는 회원제를 가보자며 급하게 다시 잡은 곳이 이토골프클럽 (伊都ゴルフ倶楽部)이다. 오래전에 일본에서 캐디를 동반하여 골프친 기억이 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서 서로 부담스러운 라운드였다. 그래도 캐디가 있으면 진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요즘은 파파고 등의 번역기도 있어서 어떻게든 되지 싶었다. 게다가 이토 골프장은 역사가 있는 명문이다. 홈페이지에서 역사를 읽어보면, 1951년에 프로골퍼인 후지이 요시마사 (藤井義将) 씨와 당시의 큐슈전력 사장인 카와라바야시 키요시 (瓦林潔) 씨의 설계로 개장했단다.

길에서 골프장 쪽으로 접어드니 양쪽으로 나무들을 마치 분재하듯이 다듬어놓았는데 우와 멋지다 탄성이 나옴과 동시에 저렇게까지? 역시 일본스럽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백을 내리려니까 앞뒤로 고급 외제차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유서깊은 회원제라서 여기서도 혹시나 일본어 못하시면 플레이 불가하십니다 퇴짜를 맞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보니 한국말하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어보였고, 대신에 나이가 지긋하신 회원분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괜한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내내 느껴졌다. 우리도 제주도나 서울시내 어딘가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눈쌀이 찌푸려지는 일이 있으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엊그제 갔었던 JR 우치노 cc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좋다고 소문이 나버려서 솔직히 시장바닥 같았다). 요즘에 한국인들이 워낙 일본여행을 많이 가다보니 이렇게 좀 고급 골프장에서는 관광버스 단체라도 받으면 회원들의 항의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카트로 찾아간 우리는 소곤소곤 조용하게 캐디와 인사를 나누었고, 1번 홀로 출발하면서 뭐라뭐라 코스에 대해 설명하길래 그저 멍하니 웃어주다가 티샷을 한다.

오래되어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좋은 골프장이었다. 역사가 있는 구장이라도 양잔디 페어웨이에 원그린 시스템은 중간에 고친 것인지 원래부터 이랬다면 확실히 대단한 설계라고 본다. 전반은 구릉지에 나무가 많은 파크랜드 스타일이었는데 확실히 캐디가 있고 페어웨이로 카트가 들어가니까 몸이 편하다. 워밍업같은 1,2번 홀을 지나서 3번 롱홀부터 슬슬 어려워지면서 경치도 극적으로 변하는데 특히 짧으면서 어려웠던 5번과 이어지는 길 파 4 홀인 6번이 전반부의 백미였다고 본다. 잔디의 관리도 좋았지만 황당하게 느껴졌던 것은 중간에 어디쯤에서 연못 주변으로 직원들이 조경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바위도 걸래로 일일이 닦는 모습이었다. 다시 한번 일본답다는 감탄과 함께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두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캐디를 쓰는 일본 골프장의 경우, 캐디피도 그린피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팁을 줘야하나 준다면 얼마를 주나 고민했는데 8번에선가 동반자가 버디를 해서 팁으로 천엔을 주니까 매우 기뻐하면서 받는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후반으로 나섰는데 그새 캐디가 교체되었다. 이래서는 후반에 또 버디가 나오면 다시 팁을 줘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비교적 평탄했던 전반에 비해 후반의 홀들은 산악지형으로 바뀌며 좀 어려워졌지만 경치는 이쪽이 더 좋았다. 연못을 넘겨야하는 내리막 파 3 홀인 13번을 이토 골프클럽의 시그너처 홀이라고 보는데 다른 홀들도 산세만 보고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전후반 두 명의 캐디 모두 말은 통하지 않아도 열심히 봐주면서 상냥해서 기분좋은 라운드였고, 특히 후반의 홀들에서 바라본 산세가 아주 아름다왔다. 여기도 평일에는 노캐디 플레이가 가능한 모양이어서 그러면 더 저렴하게 칠 수도 있을 것이다. 3일간의 일정에서 나는 어제의 아소이즈카가 더 좋았지만 동반자들은 여기를 최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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