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abu, Toyota, Aichi

일본에서의 귀국일 골프는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항상 고민스럽다. 넉넉하게 잡는다고 했어도 주말에는 밀리고 밀려서 7시간까지 걸리는 경험도 했었고, 평일보다 두배 이상으로 뛰는 그린피에 공항에서 가까운 골프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토요타시 외곽의 이나부 컨트리클럽 (稲武カ ントリークラブ)은 원래는 도착일 오후에 치려고 했었는데 공항에서 차로 거의 두시간이나 걸린다고 해서 취소한 곳. 그래도 나고야 인근이나 토요타 시에서는 평점이 좋은 골프장이고, Peter Thomson이 설계한 회원제라서 살짝 아쉬워하다가 귀국일 오전 7시반쯤의 티타임으로 다시 잡았다. 이것도 처음에는 점심을 포함하여 만2천엔 정도로 부킹했다가 다시 스루플레이 플랜으로 바꾸었는데 새벽에 숙소에서 나와서 2시간, 끝나면 공항까지 다시 2시간이라 시간여유를 생각한 변경이었다. 일본 골프장들은 식사가 포함되면 천엔 정도가 비싸던데 어차피 따로 밥값을 내나 그린피에 포함되었거나 (대부분의 메뉴에 추가금이 붙으므로) 거기서 거기인 가격이다. 그래서 이렇게 귀국일에는 스루플레이를 해야 끝난 이후에 밥을 골프장에서 먹고가거나 공항가는 길에 먹거나 여유를 가지고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실은 나고야 시였지만 미에현에서만 세번 골프를 쳤으니 여기가 내 첫번째 아이치현 골프장이 된다. 산을 꽤나 올라와야 골프장이 나오고, 생각보다 추웠다. 하지만 주말 오전에 우리가 첫번째 팀이 아니었던 것이 신기했고, 클럽하우스 안팎이 생각보다 붐볐다. 차에서 백을 내려주는 직원들부터 연신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는데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라 몸둘 바를 모르겠고, 과연 첫인상부터 좋은 골프장이라 3월의 누런 잔디에 아쉬워하며 1번 티샷을 시작했다. 우리들 말고는 거의가 캐디를 동반한,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회원들이라서 진행도 스무스했다. 바람이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싸늘함에 뭐가 뭔지도 모르게 몇몇 홀들을 지났더니 5번부터 시작하는 엄청난 경치에 운이 호강이었다. 도그렉인데 한쪽으로는 올록볼록한 러프가 펼쳐져서 이걸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파인크리크 같기도 하고, 베이사이드도 떠오르는 모양세인데 아무튼 멋있었다. 누런 잔디색에다가 코스 곳곳에 벚나무가 많았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서 3월 중순은 너무 일렀구나 후회도 했다 (작년에는 3월말에 오사카로 왔었는데 이미 벚꽃이 져버린 상태였다). 코스가 어렵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체력마저 떨어져서 어이없는 샷들도 여럿 나왔는데 끝날 때까지 기온이 오르지 않더라. 그래도 오르막에 긴 도그렉 파 4인 15번에서 (놀랍게도) 투온에 파를 잡았고, 내 기준으로 시그너처였던 17번은 어딘가에서 많이 봐서 익숙한, 물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파 5 홀이었는데 이 홀 때문에라도 언제 잔디가 푸를 시기에 다시 와보고싶어졌지만 위치가 애매해서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홀에서도 푸더덕 샷으로 고생하고, 그린앞 벙커에도 빠지는 등 간신히 4온을 했으나 먼거리 퍼트가 들어가면서 파를 했다. 18홀이 끝나니까 드디어~ 이런 탄성이 나왔을 정도로 추위에 고생했어도 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니까 행복해졌다. 시기만 좋았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코스라고 본다. 끝나고 나고야 공항까지는 고속도로를 타서 한시간반 정도가 걸렸고, 오후에 비가 세차게 내렸으므로 그나마 오전에 쳐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