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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현에는 엑설런트 골프클럽 (エクセレント ゴルフクラブ)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골프장이 있던데 지금은 아코디아 소속이지만 원래 회원제였던 곳들이라 대개 평이 좋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그중에서도 이세오토리 (伊勢大鷲, 자동번역으로는 이세오와시 등으로 읽히는데 구글맵 리뷰에서 어떤 일본인이 "오와시라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는 오토리라고 발음해서 신기했다" 그렇게 써놓았다) 코스인데 나고야로부터 교토로 향하는 길에 있는 쓰시 (津市)에 있어서 한시간 이상을 차로 가야했지만 그럴 가치는 있을 곳이었다.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타이거 우즈와 마루야마 시게키 (丸山茂樹, 마쓰야마 히데키 아님)의 이벤트 대결이 펼쳐졌던 장소이기도 하고, 고바야시 미츠아키 (小林光昭) 씨의 설계로 1998년에 개장했다고 한다. 애초의 이름에 후지 OGM이 붙었더랬으니까 오릭스 소속이다가 아코디아로 주인이 바뀐 모양 (그런데 작년에 PGM이 아코디아 골프를 인수했으니 이름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날 우리는 27홀 (1.5R)을 인당 7천엔도 안되게 예약했으니 (당연히 점심도 포함) 이정도면 거저라는 심정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진입로에서부터 여기는 그동안 가보았던 여느 아코디아 골프장들과 다르구나 싶었고,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감탄부터 했다. 클럽하우스를 나서자 앞에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는데 거의 너댓 홀이 이 호수를 돌아가는 모양이었고, 심지어 9번은 아일랜드 그린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압도당할 정도로 어렵다고 소문난 코스라고 한다. 1번 홀은 그에 비해서 비교적 평범하게 보이는 오르막 파 4 홀이어서 쉽게 생각했으나 전장이 꽤나 길었고, 이후의 홀들도 만만치가 않다. 3번은 좌측에 엄청난 벙커가, 우측에는 호수가 있는 파 3 홀인데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어마어마했다. 전반에서는 물을 넘겨 티샷하는 파 5 오르막 홀인 7번이 인상적이었고, 티샷에 자신이 없다면 좌측 페어웨이에 여유공간이 있지만 그리로 가면 쓰리온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9번도 아일랜드 그린까지 세번으로 잘라가는 것이 현명할 정도로 길었는데 백여미터를 앞두고 친 어프로치샷이 물에 빠져버려서 더욱 아쉽다. 후반에서도 오르막과 내리막, 도그렉 등이 가뜩이나 길어서 어려운 이 골프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그래도 호수를 넘어가거나 돌아가는 13번과 14번, 17번과 18번 홀들의 경치만으로도 돈값을 한다.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간 덕택인지 27홀을 치고도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수준급의 코스를 거저다싶은 가격으로 즐겼는데 시기가 너무 일러서 초록의 잔디에서 치지 못한 것, 그리고 오랜만에 접하는 난코스에서 백돌이가 된 것이 아쉬웠다. 잔디색보다 벚꽃과 매화가 피어나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 이들도 있던데 나는 아무래도 감수성이 떨어져서인지 꽃보다 잔디가 좋다. 4월말에 미국 라스베가스를 가야해서 저녁을 먹던 도중에 그쪽 골프장을 알아보는데 (좋긴 하겠다만) 평일에도 200불이 웬만하면 넘어가서 깜짝 놀랐다. 일정이 있어서 가긴 가야하는데 그돈이면 일본을 몇번이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한편, 일본에서의 골프가 언제까지 지금의 가성비를 유지할라나 궁금하긴 하다. 이렇게나 좋은 골프장들도 지금이야 한국인 등의 방문으로 근근히 유지하는 상황일텐데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야 골프장도 잘될 것이니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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