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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나 도박 그딴거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나는 미국 최고의 유흥가라는 라스베가스를 난생 처음 가본다. 게다가 이번에도 라스베가스 시내로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렌트카를 빌렸고, 공항을 나와서 바로 외곽의 Mesquite 지역을 지나 유타주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St. George까지 갔으니 우리의 목표는 오직 골프였던 것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인근에도 (호텔이 운영하는) 골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가격이 넘사벽이므로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간 김에 한두번 정도라면 300불 그린피를 내고서라도 좋은 곳을 찾아가겠으나 몇일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죽어라고 공을 치려면 가성비가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고 외곽으로 멀리 나가더라도 이쪽 동네는 기본적으로 싼 골프장이 별로 없다. 네바다의 동쪽 끝인 Mesquite와 유타주 초입인 St. George를 묶어서 그랜드써클이라고도 하는데 애리조나주 북서쪽까지 해서 국립공원들이 몰려있는 지역의 시작지점이 된다.
전날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숙소인 St George (유타주)까지 가다보니 시간대가 두번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네바다주는 서부시간인 태평양 표준시를, 중간에 잠깐 지나는 애리조나주는 산악 표준시를 쓰지만 서머타임 (daylight saving time)을 적용하지 않으므로 서부와 같은 시간을 쓰고, 거기서 유타주로 넘어가면 산악 표준시에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한시간이 빨라진다. 아무튼 첫날의 SunRiver (이렇게 두 단어를 붙여서 쓴다) 골프클럽은 우리가 묵는 숙소의 바로 옆에 있었는데 시니어 커뮤니티에 18홀 퍼블릭 골프장이 딸려있는 식이다. 설계자인 William Henricksen Neff 씨는 유타 지역에서만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에 처음 접하는 그의 코스지만 인터넷에서 리뷰를 찾아보니 평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토요일 오전에 이쪽 지역에서는 가격은 둘째치고 아예 티타임을 잡기도 힘들었으니 여기가 가능했던 거의 유일한 옵션이었다. 인당 89불 (선결제를 요구하긴 했지만) 그린피는 이상하리만치 저렴한 편이어서 오히려 살짝 걱정까지 해가며 갔다.
스코어카드를 보니 맨뒤에서 7천야드 정도에 파 3가 다섯이라 파 71로 플레이된다. 블루티가 6천야드를 살짝 넘는 전장이라 우리도 블루로 쳤으니 웬만한 코스에서의 남자 레귤라티라고 보면 된다 (화이트티가 따로 있긴 했는데 여기가 시니어 커뮤니티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이미 더워진 시각에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사막이니까 카트나 몇홀마다 차가운 생수가 준비되어 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다. 코스는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특히 전반은 전형적인 사막 골프장이랄까, 페어웨이만 초록이면서 양측으로는 사막나무 (침엽수던데 미서부 사막에서는 흔하게 본다)가 늘어서있다. 길지 않으면서 방해가 될만한 해저드나 도그렉도 별로 없었다. 7번에서 9번까지가 커다란 호수를 돌아가는 디자인인데 보이는 그대로라서 파를 잡기에 무리가 없었다. 후반으로 들어서도 페어웨이 언듈레이션이 살짝 생기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있을뿐 크게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17번과 18번이 전반의 머지막 홀들과 마찬가지로 호수를 (반대쪽에서) 돌아가는데 저멀리 캐년의 돌산과 대비되어 근사하게 보였다. 그린은 전반적으로 느려서 유일한 아쉬움이다. 주변 주택가가 의외로 커다란 대단지라서 페어웨이 주위로 예쁜 집들도 좋아보였다.
가장 근사했던 홀은 우측으로 도는 도그렉 파 4였던 13번이다. 꺾어지는 지점에서부터 바위와 사막을 넘겨 어프로치하는데 나는 그린보다 좀 짧았지만 재미있는 홀이었다. 후반에 파 3가 3홀 있었는데 길고 사막을 넘어가는 16번이 인상적이었다. SunRiver 골프클럽은 내가 이런 사막 골프장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신선하고 아름다운 경치였다. 와우, 소리칠만큼 엄청난 경치는 물론 아니었는데 워낙 비싸고 좋은 골프장들이 널린 지역이라서 우리같은 뜨내기들이 굳이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그린피에 딱히 흠잡을 부분도 없는 코스라서 이번처럼 몇일간 골프만 친다면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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