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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기 전에 산호세 근방에 사는 지인을 만나 이른 점심을 먹었고, 헤어지면서 이 골프장을 부킹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는 프리미엄 아울렛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easy bay 지역의 Livermore에, 다른 하나가 산호세 아랫쪽 Gilroy에 있다. 가장 가까와서 부킹했지만 사실 내게는 100불이 골프 18홀에 지불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고, 여기는 몇년전에 50 몇불에 쳤었지만 이번에는 95불이니까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격이 두배로 올랐다. Eagle Ridge의 설계자가 누구냐하면 바로 Ronald Fream과 David Dale이니 나인브릿지의 퍼블릭 버젼쯤 되는데 오래전 기억이지만 코스만큼은 근사했다. 여기도 대규모 주택가에 딸린 코스인데 집들이 꽤나 고급스럽고 좋아보여서 골프장 관리도 열심일 것 같았다.
첫 홀에서 한 명의 동양인과 조인했고, 거기서 코스를 바라보면 과연 나인브릿지나 아시아나 cc가 떠오르게 생겼다.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 엄청나게 커다란 그린. 멀리서 바라보면 드라마틱하지만 골프치는 입장에서는 고생길인 디자인이다. 게다가 설계자의 다른 골프장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전반은 웜업이고, 후반 나인이 진짜배기가 된다. 처음 7개의 홀들은 그럭저럭 무난했는데 8번과 9번이 험난한 후반 라운드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홀들 모두 길면서도 온갖 트러블 상황을 경험하게 만들어놓았다. 물론 한국에서야 이런 식의 코스가 워낙 흔하니까 그저 그런가보다, 나도 한국식으로 양파까지만 센다 이러면서 전반을 마쳤다.
13번이 내 생각에는 가장 어려웠던 파 3였는데 그저 길고 (200미터) 까마득한 오르막이어서 그랬다. 샷의 비거리도 실력이겠으나 드라이버로도 그린에 미치지 못해서 깊은 벙커로 빠져버린 입장에서는 이런 식이 과연 공정한 코스인가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내 멘탈은 이어지는 14, 15번 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14번은 뱀처럼 가늘고 구불구불한 페어웨이가, 15번 홀은 티샷이 잘 맞았다고 해도 내리막 라이에서 저 윗편의 포대그린을 향해 어프로치해야하는, 아마도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아마추어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해준다. 정말이지, 나중에 더 실력을 갈고 닦아서 다시 정복하러 오마 그런 생각마저 들었는데 사실 우리나라 산악코스에는 이런 곳이 많다.
대미를 장식하는 18번 홀의 그린은 요즘 우리나라 골프장들의 전형인 커다랗고 경사진, 그리고 이단 삼단으로 구겨놓은 모습이었다.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었지만 올라간 공이 다시 내려오고, 내리막 퍼팅이 저 아래로 굴러굴러 나가버리는 식이니까 허허 여기는 한국인가보다 헛웃음이 나왔다. 최근에 붙기 시작한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날이기도 했다. 원래 이번 일정에서는 산호세 인근에서 가장 어렵다는 The Ranch 골프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몇년뜸 전에 폐업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 자체를 평가하자면 정말 나인브릿지에 필적한다고 할 것이니 캘리포니아의 50불짜리 골프장에게는 최고의 찬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설계자들이 한국에다가 코스를 만들어보고는 이런 식이 미국에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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