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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Grand Cypress 뉴코스와 마찬가지로 몇년전에 왔다가 멘붕을 겪은 곳이라 설욕전을 벼르던 참이었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1) 백년이 넘은, 아마 플로리다에서는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고, (2) 코스가 어려웠던 것인지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엄청 못쳤었고, (3) 플로리다라는 지명이 무색하게 산악지형에 춥기까지 했었다. 자타공인 올란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훌륭한 코스라는데 내 기억에는 (잘치면 좋은 코스, 못치면 후진 코스?) 별로 좋은 줄 모르겠어서 다시 겪어볼 필요가 있었다. 실은 같은 코스를 다시 방문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최근 리디아고의 인터뷰에서 스윙코치를 Gary Gilchrist로 바꾸고 레슨을 받는다 어쩐다 기사를 보았을 때 이 골프장을 떠올린 것이다. 36홀 코스인 Mission Inn 리조트에 그의 골프 아카데미가 있으니 운이 좋으면 그의 제자들, 리디아고를 비롯해 청야니, 펑샨샨, Ariya Jutanugarn 등을 만날 수도 있지 싶었다. 2년전과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Las Colinas 코스를, 그리고 점심먹고 오후에 (메인 이벤트인) El Campeon이다. 좀 따뜻한 날씨에 오니까 Las Colinas도 정말 아름답고 재미있는 코스였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알겠다. 공이 안 맞으면 세상에 어떤 멋진 골프장도 동네 퍼블릭만 못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좀 나아진 실력탓에 여기가 정말 근사한 곳이구나 깨닫는다.

El Campeon 코스는 George O'Neil의 설계로 1917년에 개장했다니 올해가 딱 백년이고, 이후 Charles E. Clarke이 손을 좀 봤다고 한다. 평일 그린피가 $109인데 핫딜 티타임도 인당 $55이 들었으니 위치를 고려하면 비싼 골프장이다 (다만 1시 40분 티타임을 받아놓고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할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몇번을 부탁해봐도 안된 것에 좀 실망). 주지하다시피 산을 오르내리는 디자인이고, 특히 길고도 어려웠던 17번 홀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파와 보기를 반복하며 전진했고, 그때처럼 터무니없는 미스샷 하나도 없이 모처럼 잘 맞는 날이다. 날씨도 오후에는 땀이 흐를 정도로 따뜻해서 2년전에 덜덜 떨면서 집에 가고싶다...ㅠㅠ 그랬던 것과 딴판이었으니 제대로 빚을 갚는다. 동반자들의 개념부족에 좀 짜증났던 순간들도 있었으나 성질부려봐야 내 샷만 망가지겠기에 즐겁게 치자 생각했다. 아무튼 당시 내 멘붕의 시작이었던, 산을 오르내리는 4, 5, 6번 홀에서 티샷과 세컨샷이 잘 날아갔으니 일단 힐링에 성공. 후반에 이어지는 홀들을 플레이하니 대체 여기가 내가 그렇게 고생한 그 골프장이 맞나 싶게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왔다. 여기서 두 코스중 하나를 선택해서 돌라면 (아주 초보자가 아니라면) 단연코 Las Colinas 보다는 El Campe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17번과 18번은 어렵지만 호수와 연회장의 어마어마함에 압도당할 경치라 여기서 보기를 한 것으로 스스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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