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Inn (Las Colinas), Howey-In-The-Hills, FL

올란도 골프장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호텔에서 3,40분 정도 떨어진 Howie-in-the-Hills라는 동네의 Mission Inn 리조트였다. 해도 미처 뜨지 않은 새벽에 차를 몰고 가는데 가다가 던킨이나 맥도날드가, 아니면 하다못해 주유소 편의점이라도 나오면 아침을 때워야지 했는데 아무 것도 없는 동네다 (나중에 물어보니 인구가 800명 정도밖에 안되는 시골 마을이고, 산꼭대기의 외딴 마을이라 그딴 거는 없다고..ㅠㅠ). Nick Beucher라는 사람이 몇십년전에 버려진 컨트리클럽을 인수하여 36홀의 골프 리조트로 탈바꿈시켜놓았다는데 특히 El Campeon 코스는 다들 극찬을 하길래 꼭 가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서인지 오전 일찍에는 $40 정도의 핫딜 가격도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하루에 두 코스를 다 돌아도 $150 안쪽으로 가능하니 최선의 선택이다 싶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Las Colinas 코스를 돌고, 점심식사 이후에는 El Campeon 코스를 돈다. 아무래도 거리가 좀 있다 보니까 (골프장까지 40분이면 한국이나 다른 미국의 지역에서는 별로 먼 것이 아니지만 지척에 골프장이 널려있는 올란도에서라면..) 아직 컴컴한 새벽에 차를 모는데 잠시 후회감이 몰려올만큼 험하고 좁은 길을 지나야 했다. 오전에 먼저 도는 Las Colinas는 전전날의 Mystic Dunes와 마찬가지로 Gary Koch가 설계한 코스이고, 2007년에 Ron Garl이 리노베이션했다고 한다. 한편 George O'Neil이 설계했다는 El Campeon은 아마 플로리다에서 가장 오래된 (거의 백년) 골프장이라는데 여기가 대체 플로리다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산과 계곡 사이로 치는 그런 곳이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으니 El Campeon 보다는 쉬울까? 어려울까? 생각하고 갔더니 Las Colinas라는 이름이 스페인어로 "hill"이라고 한다..ㅠㅠ 게다가 코스 전장도 길어서 대부분의 홀에서 잘 맞은 드라이버와 우드 세컨샷이 필요한데 페어웨이 양쪽은 그래도 러프가 질기지 않고 물도 별로 없으니 홀들을 지나다 보면 그럭저럭 스코어를 만들어내게 된다. 주변에 주택들이 늘어선 전형적인 미국 골프장이고, 블라인드 아니면 도그렉 홀이 많아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지만 그린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Gary Koch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솔직히 좋은 골프장인지 모르겠더라. 미국 어디에서나 흔한 동네 퍼블릭이라면 훌륭하다고 해주겠는데 플로리다의 고급 리조트에 딸린 코스로는 감흥이 없다. 매섭게 춥고 (온도계는 섭씨 15도 정도인데 플로리다의 햇살을 기대하고는 반팔 티셔츠에 달랑 바람막이만 걸치고 온 이방인에게는 가혹하다) 바람도 심한데다가 공도 안 맞아서 점수가 깎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올란도를 수백번 더 오게되더라도 굳이 여기를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3일간의 올란도 골프여행이 끝나게 되는데 지난 겨울동안 갈고 닦았던 스윙교정 덕택에 이제는 아예 공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는 (ㅠㅠ) 지경이 되어버렸다. 예전 스윙도, 새롭게 익힌 스윙도 모두 낯설게 변해버렸다. 내가 골프라는 운동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도 되었고, 이렇게까지 노력해도 안되는 것을, 이제는 그저 가끔씩 즐기는 정도로만 해야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된 여행이었다. 이후에 다시 찾았을 때에는 (날씨가 따뜻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때와 달랐다. 외부적으로는 날이 따뜻했고, 클럽하우스, 식당, 골프장 모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내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골프를 쳤고, Las Colinas 코스가 아주 아름답고 재미있는 골프장이라는 것도 새롭게 느꼈다. 확실히 골프는 일단 잘쳐야 경치도 눈에 들어오고, 재미도 생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