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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Kings Ridge 컨트리클럽과 마찬가지로 Clermont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설계자는 Lloyd Clifton과 Steve Nugent다. 스위스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커다란 호숫가에 고급 주택가를 따라 지어진 골프장으로 처음 시작은 회원제였다고 한다. 주인이 바뀌고, 경기가 나빠지면서 몰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다시 관리에 집중한다고. 디즈니월드에서 가까우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좋으면서도) 뭔가 불안했지만 여유로운 플로리다 코스를 즐기자면 잔디가 좀 후졌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쪽 동네에는 근사한 (그러나 비싼) 코스들이 널렸으니 보통 하루이틀 시간을 내어 골프를 즐기는 방문자들은 여기 와봤을 가능성은 적다. 첫 인상에서부터 번듯한 주차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임시로 만들어서 쓰는듯한 (그러나 20년전부터 그대로라는) 클럽하우스가 우리는 저렴함~ 이라고 알려준다.

첫 홀에서 보니 평탄하고 호수가 보이는 등 과연 전형적인 플로리다 골프장이구나 싶다. 스코어카드에 적힌 야디지가 맨 뒤에서 6,725 야드인데 파 70이라니까 쉽지는 않겠구나 생각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화이트티다. 비교적 무난하게 그린으로 공을 올리고보니 마치 경춘권의 신생 골프장이 연상될만큼 커다랗고 물결치는 그린이었다. 보기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투온에 쓰리펏이면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달에 LA 근방에서 골프칠 때 49도 웨지를 잃어버렸는데 몇년간 수백번의 라운드를 도와주었던 녀석이라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피칭과 샌드웨지로만 플레이하려니 역시 숏게임이 어렵다. 그래도 그 웨지는 단종된지 오래되어 이베이 등에서도 구할 길이 없으니 그냥 적응하는 수밖에.

여기도 Kings Ridge와 마찬가지로 (가성비를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수백불짜리 리조트 골프장보다 좋았다. 단조롭지 않고 복잡하고 재미있게 만든 디자인이다. 호수를 넘겨서 티샷을 하는 몇몇 홀에서는 "배가 지나가는 경우 좀 기다렸다가 치셈" 이런 안내판도 붙어있다. 뭔가 올란도같은 휴양지에서 한번쯤 골프를 친다면 입구에서부터 말쑥한 백인 청년들이 뛰어나와 골프백을 받아주면서 좋은 날씨입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Sir~" 그러는 코스를 기대할 법도 하지만 내 실력과 주변머리에는 20불짜리가 더 편안하다. 로칼 할아버지들과 돈없는 골퍼들로 바글거린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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