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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장

Maderas, Poway, CA

hm 2020. 1. 25. 10:13

캘리포니아의 골프장 순위를 살펴보면 언제나 등장하는 곳이 Maderas지만 리스트에 함께 올라오는 퍼블릭들인 Aviara, Torrey Pines 등에 비하면 여기저기에 프로모션 요금이 올라오는 곳이다. 나는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 되는데 2014년 여름에 90불, 70불 정도로 쳤었고, 이번에도 금요일 오후에 60불 정도로 잡았다. 입구에서부터 직원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게되는 이런 고급 골프장을 미국에서 방문하면 아무래도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우리나라 회원제에서는 언제나 당당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좀 우습다. 내 짧은 경험에서 (미국의) 고급 골프장은 그린피 액수보다는 자잘한 서비스가 다르다. 백드롭 구역에 차를 정차하면 골프채를 내려서 카트에 실어주고, 카트에는 최신식 gps가 달려있고, 프로샵 입구에는 무료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마치 스카이72에서 공짜로 붕어빵을 먹는 기분?) 아무튼 여기는 Robert Muir Graves와 Johnny Miller가 설계한 코스인데 자니밀러 코스로는 나중에 Silverado 리조트도 가보긴 했지만 처음 Maderas에 왔었던 2014년에는 PGA 투어 해설로 익숙한 그가 골프장 설계도 했나보구나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다.

실은 예전에 왔던 당시에는 대단한 코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실력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골프라지만 정가로 200불이 넘을 수준인가? 싶었는데 다들 탑 100 코스로 칭송하는 것을 보면 내가 문제였을 것이다. 이번에 보니 저멀리 야트막한 산자락에 만만해보이는데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코스여서 확실히 레벨이 다르긴 했다. 구력이 더해지면서 내 기준에 좋은 코스는 즐거움과 도전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이뤄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세번째로 플레이하는 Maderas가 바로 그랬다. 사막의 언덕이라 대단한 경치는 기대할 수 없고, 여기도 대단지 부동산개발과 함께 만들어진 코스지만 페어웨이에서 멀게 집들이 늘어서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버뮤다 잔디 페어웨이는 여느 동남아 골프장들과 달리 빽빽하게 자라있어서 샷감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겨울철에 색이 바랜 모습은 좀 안타까왔다. 엄청나게 빠르고 도저히 브레이크를 읽기 어려운 그린도 좋은 골프장임을 말해주는 지표.

우리는 매릴랜드에서 친척을 만나러 왔다는 60대 미국인과 조인했는데 그는 블랙티에서, 우리는 화이트티를 썼다. 블랙티박스로 올라가서 보면 도저히 페어웨이 끝자락까지도 미치지 못하게 무시무시하게 보였는데 세컨샷은 거의 비슷한 지점에서 하게 되어서 드라이버 비거리를 물었더니 보통 220야드 정도에 잘하면 240야드도 나간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내 티샷은 200야드도 못간다는 말인데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마도 이게 아마추어의 솔직한 비거리일 것이다. 다들 자기가 200미터는 쉽게 넘기는 줄로 알지만 그정도 치는 아마추어는 별로 없다. 첫 홀부터 티샷에 이어 왼쪽 계곡을 넘어가야 그린이 나오는데 짧은 어프로치라도 살짝 내리막 라이에서 투온이 쉽지 않았다. 3번도 상벌이 확실한 롱홀이었는데 티샷부터 내리막이라 운이 좋으면 투온의 기회도 생기지만 페어웨이 끝에서 그린까지 100야드 정도를 개울과 벙커로 방어하고 있어서 잘라가는 것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홀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오르막 파 5인 14번 홀이었다. 두번의 기가 막힌 샷으로 그린까지 웨지 어프로치가 남았으나 거기서 힘이 들어가 뒷땅으로 그린앞 계곡으로 공을 빠뜨렸다. 설사 공을 그린으로 잘 올렸더라도 페어웨이에서는 대체 그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할 수 없게 높이 솟아있어서 핀의 위치에 따라 쓰리펏, 포펏도 가능했다. 이 홀이 매번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저 어렵기 때문인데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렇게 저렇게 공략했으면 되었을텐데 후회가 남는다. 마지막 세 홀들은 티박스에서부터 내리막이라 주변의 시원스런 경치를 감상하며 라운드를 마무리하게 해준다. 과거에 엉망이었던 스코어카드를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하는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였지만 Maderas가 정말 좋은 코스라는 점은 확실히 알겠다. 샌디에고 인근에 올 기회가 또 생긴다면 나는 여전히 30불짜리 두번이냐 60 내지 80불짜리 Maderas냐를 고민하겠지만 몇번을 오더라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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