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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애틀랜타를 방문하는데 공항에서 나와 직행한 골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햐는 최장거리 항공노선이 애틀랜타인데 졸립고 찌뿌드한 상태로 나가는 골프가 잘 맞을 리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나 갈 수는 없겠다. Country Club of Gwinnett라는 이름에서부터 여기는 싸구려 퍼블릭이 아니다 싶었는데 세미-프라이빗 골프장이어서 티타임이 일반에게도 일부 열려있었고, 금요일 오후임을 감안하면 인당 35불로 (조지아주에서 골프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쪽 동네는 그린피에 따로 세금 5% 정도가 추가된다) 매우 저렴했다. DJ DeVictor와 Steve Melnyk 설계로 1993년에 개장했다고 하며, 이후 Bill Boswell이 리노베이션해서 애틀랜타 인근에서도 숨겨진 보석처럼 평가되는 코스인데 아마도 도심에서 좀 멀어서 이런 가격이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가 골프장에 도착해서 잡은 티타임은 오후 2시 20분이었고, 서머타임이라 해지기 전에 충분히 라운드를 마칠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2시가 조금 지나서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 푸른 하늘만으로도 행복한 시작이었다.

문제는 공이 안맞는 것이었는데 나도 이제 나름 구력이 십년차에 어쩌다 한번씩은 싱글도 하지만 갈수록 공을 앞으로 띄워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오버스윙에 몸이 스웨이되고, 피니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을 익히 알기에 제대로 다시 배워보자는 심정으로 겨우내 레슨을 새로 받았는데 프로가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공은 오히려 엉망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필드를 몇달 끊고 연습장만 다녀볼까, 그냥 명랑골프인데 레슨을 중단하고 대충 칠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공이 난을 치면, 그것도 동반자들은 다 잘치는데 나만 그러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그래도 미국은 싸기라도 하지 우리나라에서 주말에 쌀 한가마니 가격을 훌쩍 넘어버리는 액수를 지불할라치면 재미라도 있어야하는데 안그러면 돈지랄도 이런 돈지랄이 없다.

아무튼 못치기도 했지만 이 골프장은 보기보다 어려웠다. 시작하는 1번부터 블루티에서 220미터 정도에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내리막이어서 그랬는지 잘 날아간 공을 찾지 못했다. 이후에도 좁고 좌우 경사가 심한 페어웨이에 도그렉이거나 올라갔다 내려가는 식이어서 공이 계속 사라져버리니까 멘탈이 나간다. 사진을 보시면 놀라시겠지만 아직 누런 잔디는 버뮤다 품종이었는데 색도 그렇지만 듬성듬성에 납작하게 땅에 붙어있기 때문에 아이언샷으로 다들 고생했다. 커다란 호수를 넘어가는 홀들이 그나마 근사했고,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페어웨이 양측으로 심어진 나무가 한국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여서 어째 낯익은 풍경이었다. 기분좋은 피곤함으로 라운드를 마쳤지만 삼십몇불 그린피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나마 후반의 14번부터 18번은 나름 근사해서 잔디가 자리잡은 계절이라면 평가가 좋을 것 같은)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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