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란도에서 마지막 날이라 Ritz-Carlton이나 Waldorf Astoria 같은 비싼 골프장도 기웃거려보았으나 역시 2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골프치기에는 (한국에서라면 몰라도) 좀 그랬다. 절충안인 다음 후보지는 Rosen Shingle Creek 호텔에 딸린 골프장인데 실은 몇년전에 한번 가보고는 한동안 내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으로 쓰던 최고의 코스다. 처음에 David Harman의 설계로 개장한 이 골프장은 작년에 6개월간 문을 닫고서는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이를 담당한 아놀드파머 디자인의 Thad Layton의 말에 의하면 올란도에는 이미 세계적인 골프코스가 수두룩하고, 특히 이 곳은 자기네 회사의 뒷마당이나 마찬가지라 (아놀드파머의 Bay Hill 코스가 바로 5분 거리) 대충 만들 수는 없었다고 했으니 (고) David Harman이 들었으면 섭섭해했을 얘기다. 실은, 호텔의 설립자인 Harris Rosen과 오랜 친구였던 David Harman은 아놀드파머 밑에서 골프장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니 설계철학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기억에는 원래 코스가 어땠는지 전혀 남아있지 않지만 그저 아름다왔던 모습만 사진으로 남았으니 새로운 설계에 대한 평을 할 수는 없다. 아무튼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느즈막히 나와서 오전 10시반의 티타임인데 일요일의 정규 요금은 $165, 선결제 프로모션으로도 인당 $149이 든다. 골프장에 도착하고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게다가 나중에 팁도 줘야하는) 발렛파킹. 이런 식의 과분한 친절은 나이가 먹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그냥 못본척 주차장 구석에다 차를 갖다놓은 후 백을 짊어지고 걸어가면 된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잔디를 좀 파다가 10시반쯤에 티샷을 시작한 우리는 이제야 평화롭고 아름다운 플로리다 골프코스를 실감하게 된다. 무난하게 파로 시작한 나의 골프는 물을 건너서 좁고 긴 페어웨이를 따라가는 2번 홀에서부터 난관인데 포온으로 잘라가는 전략으로 그럭저럭 보기에 성공. 이후에도 400 야드건 500 야드건 쓰리온은 무난하게 되니까 즐거운 골프다. 덧붙여서 경치도 좋다. 여기서는 거대한 Rosen Shingle Creek 호텔이 경치에 큰 역할을 한다. 보기에는 칙칙한 건물이지만 푸른 잔디와 호수, 하늘과 함께면 극적으로 변한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나의 골프는 240 야드로 짧은 파 4 홀인 14번과 이후의 파 3에서 공을 물에 집어넣으며 다시 겸손해진다...ㅠㅠ

여기 클럽하우스에는 샤워가 가능해서 땀으로 찌든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라커룸이 있는 미국 퍼블릭 골프장도 종종 가보았지만 거기서 샤워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따뜻한 물도 콸콸 나오고, 보송보송한 타월도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역시 좋은 곳이구나 했다. 하루에 36 홀씩 5일간을 지낸 올란도 여행도 이제 끝인데 여느 때와는 달리 공이 잘 맞아서 기분좋은 귀국이다. 이런 감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는데 물론 기복이 있을 것을 안다. 그래도 내 몸이 보기플레이 정도는 쉽게 할 수준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안되면 다시 연습하면 될 것이다. 다가오는 2017년 시즌을 기대하며 기분좋게 공항으로 간다.

이번 올란도 여행에서 얻은 득템 하나: 미국에 살던 당시니까 아마 2011년쯤에 샀던 Sun Mountain 스탠드백을 버리고 나이키 골프백을 샀다. 아마도 수백번의 라운드를 나와 함께했던 저 검정색 썬마운틴 백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풀사이즈) 골프백이라 어깨에 둘러매고 다니기에 딱이었다. 가벼운 무게뿐만 아니라 저 백은 왼손잡이 용인데 (왼쪽 어깨부터 맨다) 레프티를 위한 골프백은 내가 알기로는 썬마운틴 말고는 출시하는 회사가 없다. 가볍고, 왼손잡이용인 데다가 처음 구입했을 때 골프스미스의 클리어런스 코너에 쳐박혀있어서 가격이 무척 저렴했으며, 거기다가 무료로 이름까지 새겨주는 서비스를 했었다. 다만 오래 사용하다보니까 스탠드가 부러져서 백이 잘 서지 않게 되었고, 어깨에 매는 스트랩이 구식이라 잘 꼬였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해외에 갖고나가서 막 굴리기에는 딱이었는데 이번에 Ross에 옷을 사러갔다가 나이키 스탠드백에 $49 딱지가 붙은 것을 보고는 과감히 교체. 물론 오른손잡이 용이라서 (오른쪽 어깨부터 매야한다) 많이 어색하고, 무게도 더 나가는 것 같지만 이제는 골프백을 짊어지고 다니는 일이 별로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