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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카지노에 딸린 골프장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Mohegan Sun 리조트에서 차로 3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원래는 카지노와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골프장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았는데 Geoffrey Cornish가 설계해서 1960년에 개장한 당시에는 Pautipaug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이었던 모양이고, 이후 Stephen Kay가 한번, Robert McNeil이 다시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카지노 소유의 골프장은 나빴던 기억이 거의 없는데 금요일 오후에 인당 48불이니까 가격도 착하다. 참고로 Mohegan 족은 익히 알려진 모히칸 (Mohican) 인디언들과는 다른 종족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모히칸 족의 후예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1번 홀에서 보면 똑바른 내리막 페어웨이가 보이는데 그린 주변에 카트가 대여섯대 서있고, 왠지 시끌시끌했다. 그린 가까이 다가가니 술취해 온갖 욕설에 퍼팅이 빗나갔다고 바닥을 찍어대는 인간, 깃대를 뽑아들고 칼싸움을 하는 인간들로 가득해서 뭔가 잘못 왔구나 황당한 상황이다. 가만 보니까 어떤 회사인지 모임에서 단체로 온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그들 중간에 끼어버린 것이다. 그린에 올라가보니 잔디는 온통 패여있었고, 도저히 퍼팅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망가져있었다. 다음 홀에서 티삿하는 이들도 전혀 골프라고는 쳐보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티박스에서 티를 뽑아가지도, 바로 앞에 굴러가버린 공을 집어가지도 않는다. 기나긴 하루가 되겠구나 막막했던 우려는 다행히도 4번 홀쯤 되니까 술먹을 시간이 된 것인지 어쩐 일인지 싹 사라져줘서 이후는 순조로운 라운드였다. 그들이 떠난 4번 티박스에는 샤프트가 부러진 핑 G25 드라이버에 (오른손잡이용이긴 했지만 헤드만 빼서 잘 챙겨왔다^^) 공 한무더기가 남아있었다. 나야 득템했으니 기뻤지만 카지노 골프장이라 그런가 아무튼 미국인들 밑바닥을 본 느낌이었다.
코스는 나쁘지 않았다. 근사한 경치에 잘 관리된 코스였고, (취객들이 사라진 이후로는) 진행도 순조로왔다. 어디 한군데도 관리상태가 나빠보이는 곳은 없었지만 그린은 보기보다 느렸다. 초반 홀들은 전형적인 Cornish 스타일로, 양측의 나무들만 조심한다면 그린 근방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고, 커다랗고 경사가 심한 그린에서 스코어가 결정된다. 파 5 홀들이 연속으로 이어지지만 장타자라면 투온을 노려볼만하게 대단한 장애물은 없다. 시원스런 내리막 롱홀인 5번, 아이언 두번에 웨지가 최선이지만 그린에서 고생하는 6번을 보면 자연지형을 근사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대단해서 리조트 코스는 이래야지 싶다. 잘 치면 버디를, 중급자라도 파나 보기로 막을 수 있을 비슷한 홀들이 이어지다가 핸디캡 1위인 7번과 400야드가 넘는 9번부터는 만만하지 않구나 정신이 번쩍 든다.
후반은 물을 따라도는 도그렉과 언덕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된다. 370야드나 되지만 내리막이라 티샷을 시원하게 지를 수 있는 12번이 있는가 하면, 똑바로 길면서 중간이 좁아지는 롱홀인 13번도 있다. 마지막 홀은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올라가는 파 5인데 티샷은 편안하지만 레이업할 위치 양쪽으로 (세컨샷 위치에서는 잘 알아차리기 힘든) 연못이 자리잡고 있어서 차라리 드라이버, 웨지, 롱아이언의 순서가 낫다. 밀리지 않아서 다행히 4시간만에 18홀을 끝냈고, 뉴욕에서 밤비행기로 귀국해야하므로 다시 세시간을 운전해야 했지만 즐거웠던 일주일의 마무리에는 손색이 없었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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