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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 2년간 살면서 수많은 골프장에 가보았음에도 늘 아쉬움으로 남은 곳이 Cape Cod 지역이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이자 골프장 천지인 동네인데도 당시에는 $50이 넘는 그린피는 감당하기에 쪼들렸었고, 동네에도 싸고 괜찮은 골프장들이 널렸는데 굳이 한시간을 운전해서까지 멀리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당시에 명성만 들어왔던 골프장 하나가 Ballymeade 컨트리클럽이었는데 회원제였지만 "member for a day" 프로모션을 종종 했기 때문에 한번은 가보싶었던 곳이다. 몇년이나 지나서 다시 보스턴을 방문하게 되었으니 (그리고 주머니 형편도 좀 나아졌으니) 거기를 가보기로 했는데 그새 골프장의 주인이 바뀌고, 이름도 The Cape Club으로 바뀌어 (퍼블릭) 리조트가 되었다. 홈페이지를 보면 트룬골프의 Ron Despain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완전히 다른 수준의 코스로 탈바꿈시켰다고 자화자찬이지만 원래의 코스도 Jim Fazio와 Chi Chi Rodriguez 설계인 것이다. 관리상태만 좋다면 코스의 수준이야 말해봐야 입만 아플 이름들이다.
호텔에서 한시간 반의 운전을 감수해야하고, 가격도 인당 $65로 비싼 편이다. 한국에서야 골프장까지 그정도 운전은 흔한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나같은 코스 콜렉터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일이다. 그래도 프로샵에서 바라본 코스의 풍경이 굉장해보여서 부푼 마음으로 첫 홀에 섰다. 티샷을 200 야드는 똑바로 보낼 수 있고, 그린에서 100 야드 안쪽이라면 웬만해서는 그린에 올리는 실력이 되니까 (종종 투온을 노려보겠다고 욕심부리다가 스코어를 까먹는 일이 있지만) 어떤 골프장에서라도 코스를 즐길 수준이 되었다.
The Cape Club은 일단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페어웨이나 그린이나 디봇자국 하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관리상태였다. 페어웨이 ip 부근이나 그린에 할아버지들이 서성이고 있어서 마샬인가 싶었는데 한 홀을 끝내고 이동하려고 보면 방금 내가 샷을 한 자리로 가서 디봇을 메꾸고 수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골프장에서는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지만) 종종 보는 광경이지만 미국에서는 낯설다. 그리고 어제 Cyprian Keyes에서 너무 고생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뻔하게 앞으로만 치는 골프는 살짝 지루했다. 얼떨결에 전반에서만 버디를 세개나 해서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웃기는 것이, 어려워도 불만에 쉬워도 시시한 것이 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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