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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많았던 골프장인 Shaker Hills는 실은 2012년까지 내가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 한번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좋다는 소문을 듣던 차에 경영상의 문제로 폐업을 했고, 결국 가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다. 다행히 새 주인을 만나서 2014년에 다시 오픈했으니 언젠가는... 하며 벼르던 참이었다. 실은 오랜만에 보스턴까지 갔으니 하루쯤은 온전히 골프에만 바쳐서 54홀을 돌아보고 싶었던 날인데 작년에 LA에서의 경험으로 평일에라면 충분히 (비록 몸은 중노동으로 힘들어도) 세군데 골프장을 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같이 가는 이** 선생을 열심히 설득했다. 3월 중순이면 북동부라도 오전 6시 이전에 해가 떠서 저녁 7시는 되어야 지니까, 기온도 섭씨 20도 밑으로 쾌적하니까, 그리고 평일의 카트타는 라운드는 18홀에 3시간이면 되니까 골프장들 사이의 이동거리만 짧다면 무리없이 가능하다고 꼬셨는데 거의 넘어온 것으로 보였다. 이를 위해 중간에 갈아입을 옷가지와 보조배터리 충전을 거듭 확인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우리는 호텔에서 이십분 거리인 Wachusett 컨트리클럽부터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무슨 토너먼트가 있다고 하여 두번째 골프장으로 정해두었던 Shaker Hills로 오게된 것이다. 길에서 시간을 보낸 바람에 하루 54홀은 어려워졌지만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라 사실 무리였을 것이다.

여기도 뉴잉글랜드의 수많은 골프장들처럼 Brian Silva와 Mark Mungeam 설계다.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에 차분하고 친절한 직원들이 반겨주었고, 주변에 집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비가 내려서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골프장을 전세낸 것처럼 우리말고 다른 팀이 없었기에 경치보고 담배피우고 설렁설렁 돌았어도 3시간에 끝냈다. 이들 설계자의 코스는 워낙 경험이 많아서 대충 알겠는데 자연지형을 잘 살린 아름다운 레이아웃이면서 홀마다 독특한 공략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사실은 자연의 다양한 모습 덕택이겠지만 같은 설계자가 만들어도 비슷한 느낌이 없으니 이래서 골프는 질리지 않는 운동인 모양이다. 덧붙여서 Shaker Hills의 페어웨이 잔디는 완벽했고, 그린은 (비에 젖어있어도) 매우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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