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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일어나서 보스턴 시내와 하바드 스퀘어를 걸어다니다가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래도 골프나 치는게 낫지 하며 여기로 왔다. 여기를 처음 가본 것이 아마 2012년 2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시다시피 미국 북동부의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춥기도 하지만 워낙 길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이때가 골프에 대해 이론공부를 엄청나게 했던 시절이기도 했는데 도서관에서 골프에 관련된 책이나 비디오를 잔뜩 빌려다가 (그야말로) 공부를 했었다. 인근 골프장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We're Open"이라는 배너를 발견하고는 여기 전화를 몇차례 한 끝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도착하니까 주차장에 차가 달랑 한 대 있어서 아마도 직원의 것이지 싶었고,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놓은 프로샵은 실제 코스에서 많이 떨어져있어서 나쁜 맘을 먹는다면 돈을 치르지 않고 그냥 나가도 아무도 모르게 생겨먹었다. 그래도 열어준 것이 어디냐 감사의 마음으로 자주 갔었는데 18홀 그린피가 12불이었나 그랬을 것이다. 겨우내 상상속에서 멋지게 버디를 잡는 꿈을 꾸다가 막상 이리저리 헤매며 공을 굴리고 다녔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번에 보니까 그럴싸한 클럽하우스도 지어놓았던데 그린피는 23불을 받는다. 여기는 이름에서처럼 평지에 갈대가 무성한 야트막한 언덕을 피해가며 전진하는 링크스 코스로, 설계자는 Brian Silva다. 미국 동부의 수많은 Brian Silva 설계인 골프장들 중에서도 링크스 디자인은 별로 없는데 그가 Geoffrey Cornish 밑에서 코스설계를 배우던 초창기부터 실바의 특기는 과거의 설계자들, 예를 들어 Donald Ross 등이 만들었던 코스의 리노베이션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스코틀랜드에 가본 적이 없으니 링크스가 어떤 식인지는 tv에서 본 것이 고작이지만 아무튼 평평한데도 어렵다. 어떻게든 공을 찾을 수는 있는데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거의 샷이 불가능하다. 찻길을 건너야하는 후반은 그래도 나무도 무성하고 도그렉도 있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평하다. 커다란 그린에 브레이크가 많아서 퍼팅도 어려웠지만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전부 벤트그래스라서 상태는 아주 좋았다.

요즘에 골프 슬럼프가 길어져서 한동안 접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McGolf 연습장에 가봤는데 역시나 공을 맞추기조차 어려웠다. 땀에 절은 몸과 참담한 심정으로 호텔에 돌아왔는데 tv에 유튜브가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마 오래전부터 되던 기능이지 싶은데 이제서야 깨닫다니) 이것저것 레슨 동영상을 보다가 어떤 호주사람이 태국에서 올리는 Stress-free golf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그냥 자기가 18홀을 도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는 영상인데 "new swing thought is swing suicide"라며, 그저 자연스런 동작으로 친다고 하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한동안 스윙을 가다듬는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어떤 조작을 하면 공이 엄청나게 날아가는 경험을 하고는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다가 망가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날은 그저 클럽을 몸통에 붙여 휘두른다는 생각으로 쳤더니 결과가 좋았다. 물론 몇몇 엉망인 샷도 있었는데 그 동영상에서 나오는대로 그렇다고 누가 죽은 것도, 감옥에 가는 것도, 고교생인 딸이 임신한 것도 아니니 실망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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