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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보스턴 서쪽으로 한시간쯤 거리에 있는 수많은 가성비 짱인 골프장들 중 하나인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가장 어려운 코스의 하나로 꼽힌다는 점이다. Mark Mungeam이 설계했는데 이 사람은 지금은 Geoffrey Cornish의 디자인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Geoffrey Cornish가 사망한 지금에도 회사의 이름은 Mungeam Cornish 디자인이다) 혼자 작업하던 시절에도 뉴햄프셔의 Owl's Nest나 커넥티컷의 Oxford Greens 등의 어렵다고 소문난 골프장들을 만든 바 있다. Cyprian Keyes도 블랙티에서 레이팅과 슬로프가 74.4, 136인데 화이트에서도 72.4에 139나 된다. 골프장의 이름도 특이하다. 실은 1713년부터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던 Keyes 가문의 주인 이름이 Cyprian Keyes였다는데 (덕분에 지금의 클럽하우스는 거의 삼백년된 건물임) 이름을 "음탕한 Keyes"로 지은 부모의 의도가 몹시 궁금하다.

5년전쯤의 나는 쌩초보인 주제에 혼자서 뉴잉글랜드의 여러 골프장들을 다녔는데 (특별히 프로모션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보통 티타임을 부킹하지 않고 그냥 가곤 했다. 어느 여름날, 설마 여기가 붐비려나 하고 갔더니 무슨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프로샵에서 쭈삣거리며 혼자 칠 수 있겠냐고 물으니 거기 프로가 아주 귀찮다는 듯이 그냥 나가라고, 나가서 빈 홀이 있으면 알아서 시작하라고 그래서 돈도 내지 않고 무안한 표정으로 1번 홀부터 돌았던 기억이 난다. 자연의 도우심으로 잔디의 상태는 (이쪽 골프장이 다 마찬가지지만)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최고의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다른 세상에서 공을 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매사추세츠를 방문하게 되더라도 여기는 좀 피했으면 했는데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거의 매 홀마다 공을 한두개씩 잃어버리며 죽을 쑤었던 탓이다. 너무너무 어려웠었고, 험난한 산악지형을 공도 제대로 치지 못하면서 무거운 골프백을 짊어지고 걸었으니 좋은 인상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높은 티박스에서 땀을 닦으며 바라본 경치는 아주 아름다왔던 기억이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 후에 다시 Cyprian Keyes를 겪어보게 되었다. 원래 계획에 있었던 것은 아닌데 오후에 방문한 Wachusett 컨트리클럽에 무슨 토너먼트가 있다고 거부당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십분 거리의 여기로 온 것이다. 이번에는 카트를 탔고, 비가 내린 뒤였지만 해가 쨍쨍해져서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어려운 타겟골프였지만, 길고 좁고 그린은 보이지도 않고 그랬지만, 꽤 괜찮은 골프를 쳤다. 파 3에서는 보기를, 파 5에서는 쓰리온에 파도 몇개 만들었으니 나름 뿌듯하다. 그리고 (아직 채 봄이 오지 않아서 앙상한 나무가 많았어도) 아주 극적이고 아름다운 경치였다. 말로는 설명할 재주가 없어서 사진만 쭈욱 나열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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