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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로얄 어쩌고가 들어있으면 웬만한 수준은 뛰어넘는 골프장이라는 게 내 경험인데 여기는 명실상부한 인도네시아 최고의 골프장으로 아시안투어의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린다. 처음 가본 것이 2014년 2월이었고, 당시에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비가 내리는 가운데 27홀을 돌았었다. Robert Moore 설계인데 이 설계자는 JMP 디자인 소속이니까 풍광 위주에 약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짐작하시면 된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매우 가까운 이 골프장에는 주로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많이 온다는데 약간 비싼 비용만 감안하면 부킹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회원제인가요? 물었더니 대답이 시원찮았는데 설립자 (founder) 100명이 있을뿐 운영은 퍼블릭이라고 한다. 군 공항이 바로 옆에 있는 코스라서 진입로가 약간 복잡하지만 막상 코스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이다. 덕택에 여느 동남아 골프장과 다르게 주변에 주택가나 큰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에 우리는 오후 12시의 티타임을 잡았는데 덥기는 하겠지만 일요일 오후에는 그린피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West/South의 조합으로 돌기로 했는데 투어가 열리면 이 순서대로 돈다고 한다. 이번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씨였는데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베스트일 정도로 풍광이 근사한 코스는 아니었다. JMP 디자인의 코스치고는 평탄한 페어웨이, 그러나 러프에 공이 들어가면 빼져나오기가 매우 어렵고, 그린 주변에는 수많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은 예상대로 커다랗고 빨랐으나 몇단으로 어렵게 만드는 식은 아니어서 본대로 잘 굴렀다. 화이트티에서도 거리가 꽤 되는 코스여서 롱아이언 이상을 잡아야하는 어프로치 실력으로는 투온이 쉽지 않았다. 반면, 홀들의 모양은 기대보다 밋밋해서 전반에 사진을 좀 찍다가 나중에는 다 거기가 거기같기도 하고, 더위에 녹초가 되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서코스와 남코스는 모두 커다란 (클럽하우스에서 보았던) 호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파 5 홀로 끝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으로 끝나는 골프장들이 있지만 아마추어에게는 좌절만 남겨줄 레이아웃이다. 조금만 더 멀리 쳐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끊어가는 것만도 못한 스코어를 적게 되는 것은 언제쯤이나 고쳐질런지... 공 하나로 그럭저럭 치다가 마지막인 South 9번에서 세컨샷을 물에 빠뜨렸으니 아주 엉망인 날은 아니었어도 코스의 명성에 비해서는 그저 그랬다. 잔디의 상태는 최고 수준이었으나 살짝 무성의해보이는 캐디들과 뻔한 디자인에는 실망. 자카르타 골프에서 가장 큰 적은 시내의 교통체증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다음에는 보고르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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