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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겨울에도 기회가 생기면 골프치러다니기는 했는데 추위보다도 누런 잔디는 극혐이라 빈도가 확 줄어들었다. 그래도 근질근질하던 참에 해외로 다녀온 이야기. 이번에도 싱가포르로 가는데 굳이 옆의 나라로 넘어가서 골프치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싱가포르의 골프장은 거의가 회원제라서 외부인의 부킹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새벽에 도착하는 대한항공으로 가서는 약 한시간 가량 걸려서 (실제 거리는 이보다 짧지만 출근길과 국경 통과에 시간이 걸린다) 만난 첫번째 골프장은 Horizon Hills. Ross Watson이 설계한, 말레이시아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으로, 노캐디가 일반적인 말레이시아에서도 반드시 캐디가 필수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바라본 페어웨이는 관리상태가 좋아보였고, 버뮤다 잔디에 러프도 깊지 않아서 사실 만만하게 보였다. 캐디를 썼지만 카트가 페어웨이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질 뿐 공을 잃어버릴 코스는 아니지 싶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다. 클럽을 잡아채는 버뮤다 잔디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고, 엄청나게 빠른 그린에서는 쓰리펏이 기본이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운 홀은 왼쪽 도그렉 파 5인 2번 홀이었는데 돌아나가는 꼭지점까지 티샷을 보내기도 불가능했지만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개울이 투온은 시도조차도 못하게 한다. 어프로치가 좀 길게 남는다면 그린을 둘러싼 벙커를 피해 포온을 노릴 수밖에 없을 디자인이었다. 그래도 이 코스의 압권은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후반의 세 홀이었는데 특히 아일랜드 그린으로 향하는 17번이 무척 아름다왔다. 요새는 비교적 흔하게 조성되는 식의 파 3 홀인데도 이런 홀만 만나면 버디는 차라리 롱홀에서 쉽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8번도 정해진 곳으로 공이 가야만 쓰리온이든 포온이든 하게끔 만들어진 파 5인데 여기서 연거푸 공을 물에 빠뜨리고야 말았다. 아름답지만 날이 서있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나도 나이를 먹기는 하는 모양이다. 오전의 18홀은 어찌 돌았는데 점심식사후에는 더워서 이러다 죽겠구나 심정으로 공을 쳤다. 온몸의 관절은 다 뻣뻣해지고, 힘이 잔뜩 들어가서 다시 백돌이로 돌아간 심정이었다. 내내 어지럽고 졸렸던 것은 밤비행기로 새벽에 싱가포르에 내리자마자 달려온 탓일런지도 모른다. 골프가 아니라 체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겨울의 목표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몇년새 조호바루에는 괜찮은 한식당도 생기고, 호텔도 기대이상으로 좋아서 한국에서의 직항편까지 생긴 마당에 한국인 방문객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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