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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Horizon Hills에서 27홀을 돈 우리는 피곤에 쩔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덕분에 한결 개운한 느낌으로 Ponderosa 골프장으로 향한다. 여기도 18홀 코스인데 이쪽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야간 라운드가 가능하며, 페어웨이 잔디가 조선잔디 (Zoysia 종)라서 우리나라의 평범한 골프장 수준일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설계는 Max Wexler가 했다는데 이 설계자는 주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유명한 골프장들은 여럿 만든 사람이고, 후에 Ronald Fream이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코스여서 평평하지만 Ronald Fream 답게 굴곡진 페어웨이에 물도 많다. 우리는 노캐디로 18홀을 돌았는데 내가 말레이시아 골프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캐디를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캐디 라운드에 익숙하지 않으면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해서 캐디가 사실 좀 불편하기만 하고, 더더구나 말도 안통하는 동남아에서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리고... 솔직히 동남아 골프장에서 캐디피라는 명목으로 내는 돈이 과연 무엇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캐디에게 그 돈이 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따로 현장에서 지급하는 팁이 캐디의 몫이다) 골프장이 챙기는 비용인지 가이드나 다른 직원이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태국이나 필리핀 등지로 여행사를 통해 골프치러가면 불포함 경비로 "골프카트 인당 20불, 캐디피 18홀당 25불, 캐디팁 10불" 정도가 붙는다. 이러면 18홀에 따로 내는 돈이 인당 50불이 훌쩍 넘어가버리는데 싼 비용이 결코 아닌데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현지인들은 이 금액을 다 내지 않을 것만 같다. 그린피에다가 저정도 추가금까지 내고 친다면 솔직히 우리나라에서와 차이가 별로 없다.

폰데로사 라운드를 시작하려니 이** 프로가 여기는 좀 평이하지만 예쁩니다 그랬다. 산이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 빤한, 앞으로 갔다가 뒤로 돌아오는 그런 식은 아니었다. 적절히 도그렉과 높낮이 차이를 이용한 재미있는 디자인인데 좀 공이 벗어나도 죽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어제보다는 쉬웠다. 그리고 훨씬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의 골프는 공이 적당히 맞아주고, 스코어도 나와야 즐거운 법이다. 도전하고픈 어려운 골프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이 도달할만한 지점에 뭔가 장애물이 있었던 Horizon Hills는 사실 여정의 마지막날에 갔어야했다. Ponderosa는 풍광도 디자인도 한국의 어디 용인이나 여주쯤에 와있는 편안한 골프장이었고, 잔디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반의 홀들을 보니까 버뮤다나 Cow grass 종류로 교체하는 모양이던데 좀 아쉽다). 주말인데도 우리가 시작한 오전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가 (더워지는) 오후가 되니 스타트 광장이 바글바글해지는 모습도 신기했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치는 골프에 익숙하다보니 여기는 한국사람들이 별로 없나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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