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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겨울이 오면 다들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추위를 피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고 골프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뭐하러 가냐 그렇게 생각해왔던 사람이다. 코스의 관리상태나 수준은 우리나라 골프장을 따라오기 어렵고, 골프장의 갯수도 아시아에서는 일본 (2015년 R&A 리포트에 따르면 2,383개), 중국 (500개), 한국 (447개)의 순이니까 골프의 저변도 약하다. 가격이라면 (한국보다야 싸겠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훨씬 저렴하게 먹히는 나라도 많다. 쳐본 적도 별로 없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우습지만 동남아 골프는 (딴 생각으로) 놀러가는 거지 골프가 주목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왔다. 더구나 작년 이맘때 방콕에 회의하러 갔다가 골프나 칠까 했지만 정말로 타죽을 것만 같았던 더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나는 태국이라는 나라에 네번째로 방문하는 것인데 (그중에서 방콕은 세번째) 드디어 골프를 쳐보게 되었다. 골프치기에는 한국이 더 좋을 수 있는 시기지만 이틀짜리 회의에 두번은 필드에 나갈 여유가 있으니 단단하게 각오를 했다.
그리하여 내가 방문한 태국의 첫 골프장은 Navatanee 골프장이 된다. 막상 어디를 갈까 알아보니 태국의 골프장은 몽키트래블 등의 여행사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부킹이 되고, Golfdigg 등의 부킹 앱도 있더라 (골프 천국이다~). 방콕 시내에서 더 가깝고, 더 저렴한 코스들이 있었지만 주변 코스에 비해 두배의 가격 (그럴 가치가 있겠지?), 멤버와 반드시 동반해야한다는 규정, 그리고 1975년 골프 월드컵을 개최한, Robert Trent Jones 2세 설계라는 것에 끌렸다. 무조건 "몇가지 이유, 몇대 맛집" 뭐 그런 제목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언론이나 블로그가 요즘 많지만 아무튼 어디선가 본 바로는 방콕 인근에서 3대 명문 골프장은 알파인, 타이 cc, 그리고 나바타니라고 했다. 반드시 회원과 동반을 시키며, 한국 관광객의 출입금지를 검토중인 곳이라고 한다. 호텔에서의 왕복 교통비에 이런저런 비용을 다 더하면 거의 20만원 수준이니 싼 맛에 가는 코스도 분명 아니다 (그런데 여타 저렴한 골프장의 가격에는 카트비와 캐디피가 별도이므로 결국 몇만원 차이다).
처음으로 (가이드나 일행없이 혼자서) 태국에서 치는 골프는 이랬다. 차에서 내려 프론트에다가 미리 다 지불한 바우처를 보여주면 끝. 내 골프백이 실린 카트로 가면 배정된 캐디와 인사하고는 그냥 1번 홀부터 시작이다. 멤버 동반자가 있어야한다고 분명 그랬는데 그냥 혼자서 출발한다. 동남아 골프는 블루티라고들 하니까 나도 전장 6,902 미터의 블루티 플레이다. 대회를 목적으로 RTJ 주니어에게 의뢰해서 만든 골프장이니만큼 쉬울 리가 없는데 어렵다고 꼭 못치는 게 아닌 것이 골프다. 잘 관리된 초록의 잔디에 조경도 태국 넘버원 골프장에 어울리게 아름다왔다. 반면 그저 길고 양측에 나무가 늘어선 파크랜드 스타일이라 대회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좀 밋밋하다. 덥기는 또 얼마나 끔찍하게 더운지, 이 더운 계절의 대낮에 앞뒤로 팀들은 어찌나 많은지 그야말로 쪄죽는구나 싶은 날이었다. 6번과 9번 홀들처럼 해저드를 넘어가는 레이아웃이 없었다면 좀 시시할 뻔 했다.
혼자서 밀리고 더운 18홀을 4시간만에 마쳤는데 실은 혼자는 아니었던 것이 캐디와 함께였던 것이다. 내가 낯을 가리는 것도 있지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그래서 플레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캐디는 오히려 방해꾼이다. 좀 경치구경도 하고, 그늘에서 땀도 식히고 그러면 좋으련만 앞팀이 세컨샷을 마치자마자 드라이버를 손에 쥐어주니 정신이 없다. 나는 혼자서 치는 골프를 더 좋아하지만 캐디가 있을 바에는 누군가와 조인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의사소통이 안되니 지도 답답하겠지만 대충 빨리 18홀을 끝내려는 기색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캐디에게 팁을 주자니 큰 돈이 아니라도 아깝다. 동남아 중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캐디없이 플레이가 일반적이던데 그게 돈도 절약할겸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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