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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골프여행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전날 잘먹고 쉬어서인지 몸이 가뿐해졌는데 어제보다는 훨씬 맛있게 아침을 먹고서 나간 오늘의 코스는 앙헬레스에서 차로 한시간 반이나 가야하는 카바나뚜안 지역의 레이크우드 씨티 골프 앤 컨트리클럽. 어제 갔던 로얄가든은 주인도 한국인이라고 하고, 골프장 곳곳의 안내문은 (심지어 영어 안내문조차도 없었다) 한글로만 씌여져 있었는데 이번 레이크우드는 설계부터 미국인 Robin Nelson과 Neil Haworth가 만들었고 골프장 레이아웃도 전형적인 미국식 리조트 코스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프로샵은 유명무실하고 대신에 한국인 스탭이 따로 사무실을 열고 내장객을 받고 있다. 지척에 골프장들을 놔두고 새벽같이 일어나 굳이 거기까지 간 이유는 일요일임에도 천페소에 무제한 프로모션을 한다고 해서였다. 아무래도 취약한 접근성 때문에 필리핀 골프업계의 주된 고객층인 한국인들을 끌어들으려고 이런저런 싼 패키지도 많이 만드는 곳인데 설계나 운영이나 그런 대접을 받기에는 미안한 좋은 골프장이다. 물론 어제도 그랬지만 잔디의 상태는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는데 겨우내 건기인데다가 수많은 내장객들에게 밟힌 것을 감안하면 나쁘다고만 불평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린은 짧게 잘 깎여있고, 생각보다 빨랐다. (아직 내일이 남았지만) 이번 골프여행에서 최대의 수확은 드라이버샷이다. 어제 로얄가든의 캐디였던 아론의 조언 덕택인지 티샷이 230 야드쯤 날아가고, 더구나 휘지 않고 똑바로 간다. 어프로치와 퍼팅도 괜찮았는데 문제는 아이언샷이 시원찮아서 앞으로의 숙제가 하나 남은 셈이다. 더운 날씨에 36홀은 이제 체력이 달려서 무리고, 겨우 27홀도 많이 힘들었으나 그럭저럭 마치게 되었다. 해저드가 많은 골프장이라 어제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공만 잃어버리지 말자는 각오로 나섰더니 별 무리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비록 오비를 몇개 냈지만 몇주전 올란도에서의 멘붕이 컸는지 이제 공이 잘 맞고, 스코어 잘 나오고 그런 거에는 덜 연연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몇일전에, 거의 몇년만에 처음으로 들어간 랩미팅에서 내가 잔디밭에서 노닥거릴 때 남들은 엄청난 일들을 이루었구나 느끼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창피함을 맛보아서인지 그냥 이렇게 기회가 되면 골프를 즐기면 되지 않겠나 싶어졌다. 하루종일 골프 생각만 하던 생활에서 벗어난 것 같아 나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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