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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중국에 가서 골프친다면 난리가 나겠지만 (우선, 중국가는 항공편조차도 거의 끊어진 상태) 작년에 다녀온 기록을 적는다. 일이 있어 중국 상하이에 몇일간 방문하게 되어 3일간의 골프여행을 계획하였다. 여러해 전에 하문에서 처음 머리를 올렸던 이후 처음으로 접하는 중국의 골프장인데 싼맛에 중국으로 가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싶게 (특히 상하이 주변은) 거의가 회원제 골프장이고 그린피도 한국의 유수한 코스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가 않아서 굳이 가야할 메리트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데 훌륭한 코스를 다양하게 경험한다는 의도로 보면 돠겠다. 나는 그간 상하이를 여러번 방문했었고, 북경이나 다른 도시에 비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으므로 시내에 들어가볼 생각은 없었고 그냥 주변의 골프장이나 가보고자 했다. 홍차오 공항에서 상하이 반대쪽으로 30분 정도를 가면 나오는 천마 컨트리클럽은 호주의 코스설계 업체인 Pacific Coast 디자인의 Phil Ryan 등이 만든 27홀 (천마, 올드, 뉴코스)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아마 상하이 인근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진 회원제 골프장이라고 하며, 볼보 차이나 마스터스 대회가 수차례 열려서 짐 퓨릭, 양웬총 등이 우승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회원제) 골프장을, 그것도 주말에 가려면 현지의 여행사를 (또는 호텔의 컨씨어지에서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결국 여행사를 연결해준다) 통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보통 회원권을 돈을 주고 빌려서 가는 식인 모양인데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비싼 그린피에 라이드 비용, 회원권 대여료까지 (거기에 여행사가 우리를 등쳐먹는 비용까지?) 해서 더욱 비싸진다. 그나마 돈을 들여서라도 칠 수는 있었으니 역시 중국인가 싶었고, 주변의 고급 주택가와 경치를 보면 암튼 엄청 고급 골프장인 것은 맞는 모양이다.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예약해놓은 차량을 타고 갔는데 상하이 시내에서는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2015년 4월 10일). 프로샵에 체크인을 하고는 천마 코스를 도는데 중간에 점심 먹느라고 그늘집에서 쉰 것을 포함해도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스무스한 진행이다. 현지인들도 눈에 띄었지만 거의 한국인들이지 싶었는데 가끔 앞 팀이 그린에 올라가있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느려터졌지만 어째 막히는 일이 없다.

첫 홀에서 티타임을 기다리며 바라보니 양쪽으로 나무가 빽빽할 뿐만 아니라 물이 많은 골프장이다 (하지만 상하이 인근에서는 그래도 산지에 만들어진 코스라고 한다). 오전이고, 한국이랑 거의 비슷한 날씨라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골프에는 최적의 날을 잡은 것 같다. 웃음이 많고 싹싹해보이지만 거의 하는 일은 없어보이는 캐디는 그래도 줏어들은 한국말로 "똑바로" 치라고 말한다. 그거야 나도 알지 궁시렁거리며 요즘 자신이 생긴 드라이버샷으로 공을 페어웨이 가운데로 보낸다. 거리는 여전히 시원찮지만 티샷에는 조금 자신이 붙어서 요즘 들어서는 아이언샷을 더 다듬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원하는 샷은 뗏장을 푸욱 파내면서 멋지게 날아가는 세컨샷인데 18홀을 돌면서 흡족했던 샷은 몇번 되지 않는다. 이 골프장의 잔디는 이제 4월인 만큼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양탄자처럼 부드러운데 군데군데 손상된 부분이 보이지만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어보인다.

그럭저럭 경치도 봐가면서 한 홀 한 홀을 지나가는데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홀은 전반 마지막 500 야드 파 5 홀이다. 약간 오른쪽으로 보이는 그린 방향을 바로 노리면 220 야드 지점에 아일랜드 페어웨이가 있어서 투온도 노릴 수가 있으나 나같은 짤순이는 안전하게 왼쪽 페어웨이를 거쳐서 쓰리온, 모험을 택한 동반자들의 티샷은 결국 물로 빠져버렸다. 덥지 않은 날씨에 밥도 먹었겠다 (이 골프장의 유일한 단점은 반찬 세가지에 밥밖에 없는 뷔페로 운영하는 식당..ㅠㅠ) 오후에 남은 9홀도 돌까 했으나 함께 한 모 선생이 워낙 죽을 쑤며 고생을 해서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 발맛사지를 받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이렇게 상하이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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