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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골프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태양도 리조트는 황포강 상류의 섬에다가 온천과 골프장 등을 조성한 곳인데 골프장은 구코스와 신코스로 총 36홀이 준비되어 있다. 여기도 Nelson & Haworth 설계인데 짧은 기간에 같은 설계자의 코스를 여럿 돌아보니까 대충 취향을 짐작하겠다. 아쉬움에 36홀을 다 돌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리는 오후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해서 ...ㅠㅠ 신코스 18홀만을 돌았지만 새벽같이 티타임을 잡았고, 홍차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라운드를 끝내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중국에 오기 직전에 뉴스에서 시진핑 주석의 개혁으로 적지 않은 수의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고 하길래 살짝 걱정도 했었는데 상하이 주변은 전혀 영향이 없는지 골프장은 그냥 평온했다. 이 날은 오전 일찍으로 티타임을 잡았기 때문에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짐을 싣고 등등 분주한 아침이었다. 리조트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섬이니까) 다리를 건너가야하며, 다리에 이르기까지는 시골길을 한참을 가야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했다.
야심차게 개장한 1998년에는 볼보 차이나오픈을 개최했었고, 덕택에 골프다이제스트 잡지의 코스순위에서 중국 5위로 등극하기도 했었다는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관리에 소홀했는지 잔디의 상태는 지난 이틀에 걸쳐 방문한 골프장들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진다. 클럽하우스도 중국 아니랄까봐 웅장하지만 오래된 티가 난다. 여기도 앞이나 뒷팀이나 모두 한국사람들... 구코스는 걷는 코스라고 하며, 우리는 카트를 타는 신코스를 돌았다. 전반적으로 미국이나 동남아에 흔한 리조트 코스인데 평지에 쉬워보이면서도 물을 따라 도는 홀들이 많아 경치가 좋다. 나는 결국 이 설계자의 팬이 되었는데 만만하게 보이면서도 그린 근처로 가면서 멘붕을 겪게한다. 공만 좀 제대로 맞아주었다면 참 재미있었을 코스다. 이제 몇일씩 (가끔은 하루에 36홀씩까지도) 운동하는 식은 힘에 부친다.
아직 우리에게는 해외 골프여행이란 뭔가 특별하다. 늘 집근처 퍼블릭에서 쉽게 골프를 접하는 미국인들이 휴가를 내어 머틀비치나 스코틀랜드로 떠나는, 소위 버디트립과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모래밭 페어웨이에서 샷을 해도 1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무제한" 골프라면 감지덕지였기에 주된 목적지는 중국, 필리핀, 태국 등의, 좀 못사는 나라였었고 이제는 중국은 리스트에서 빠져야 할 것 같다. 출장이나 여행 도중에 짬을 내어 한두번 라운드라면 모를까 (그런 경우라면 동유럽 골프장 강추~) 그동안 비싼 그린피와 바쁜 일상에 치어 목말랐던 골프를 채우는 목적이라면 다른 동네를 찾아봐야겠다. 이번에 방문한 세 곳의 상하이 골프장은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그런 가격이라면 더 수준높은 골프장들이 한국에도 널렸다. 한편, 운동을 마치고 리조트를 나오면 바로 근처에 신아리랑 (新阿里朗)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아마도 조선족인듯한 아저씨가 하는 허름한 식당인데 의외로 그럭저럭 먹을만은 해서 어쩌면 (한국사람이 많이 가는) 골프장 입구의 식당으로는 중국에서는 선구자 격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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