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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필리핀 골프여행의 대미는 그 이름부터가 한국사람이 만들었구나 싶은 Fontana Apollon 코리아 컨트리클럽. 구글지도에는 아직 Clark 골프코스라고 나오는 것을 봐서는 아마 운영이 어려워진 동네 퍼블릭을 누가 인수한 것 아닌가 싶은데 굳이 알 필요는 없겠다. 보니까 앙헬레스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은 로얄가든이고, 클락 공항 근처에도 몇개의 골프장이 모여있는데 미모사, 썬밸리 그리고 여기다. 길이 막혀도 15분이면 가니까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출발해도 금방이었다. 코리아 코스 18홀과 로얄코스 9홀이 있는데 지금 추가로 9홀을 더 만들고 있다고. 와서 보니까 날씨만 더웠지 울퉁불퉁하고 좁아보이는 페어웨이가 마치 한국의 골프장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느낌이 들어 어쩐지 맘이 편안해지는 코스였다. 페어웨이 잔디의 관리도 잘 되어있고 조경도 노력의 흔적이 느껴진다. 저녁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해서가 아니라 나로서는 골프에 자신감을 회복한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한 타 한 타를 치리라 마음먹고 1번 홀로 가려니 내심 떨리기까지 했다.

실은 지난주 워낙 심하게 멘붕을 겪어놔서 공을 엄청나게 많이 들고왔는데 몇개 잃어버리지도 않았다. 얘기를 조금 옆으로 새어보자면, 이렇게 한국사람들만 바글바글한 동네인 줄은 몰랐기에 갈아입을 옷도 바리바리 싸갖고 왔는데 호텔에서 매일 무료로 세탁을 해주니 담번에 다시 온다면 좀 홀가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공이야 잃어버리더라도 힘껏 휘둘러보리라 결심한 상황이었다. 한국사람 상대로 장사하는 티를 내려는지 16번 홀은 한반도를 본딴 레이아웃이고, 18번 홀은 태극기 모양이라고 한다. 뭐, 의도가 그랬다는 것이고 막상 가보면 별 느낌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골프 외적인 의도로 조성한 코스는 개인적으로 별로다. 주변의 다른 곳에 비해 비싼 골프장이라고 하던데 마침 우리가 간 날부터 비수기 요금이 시작이라 카트비가 절반으로 되었다고 (그래도 필리핀 골프장 치고는 비싼 편이고 한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헐값). 산을 오르내리는 형태인데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아서 많이 걷는다. 우리 앞 팀은 필리핀 현지인들이었는데 플레이가 엄청 느렸지만 이쪽 동네에서 골프치는 사람들은 아마도 어깨에 힘을 좀 주는 이들인 모양으로 캐디들이 무척이나 신경쓰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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