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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골프에 가장 최적화된 지역이 태국의 치앙마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에 다양한 수준의 숙소가 있고, 시내를 중심으로 열군데 정도의 수준급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나 친절함 등을 따지자면 말레이시아가 더 낫다고 본다). 덕택에 겨울에는 대한항공 정기편에 더해서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에서 전세기를 띄우기 때문에 한국의 골퍼들로 바글바글한 동네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왕복하는 비용이 미국을 다녀올 정도니까 인기를 짐작할만한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비행기에는 따뜻한 이국에서 골프칠 기대로 설레는 사람들로만 가득했다. 이 동네 골프장은 성수기라도 부킹은 다 되지만 거의 모든 홀에서 앞뒤로 서너 팀씩 대기하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는 곳이다. 우여곡절을 겪고는 두 팀을 조직해서 3일간 골프치는 일정에서 첫날의 코스는 매조 (Mae Jo) 골프클럽인데 Seni Thirawat라는 태국인이 설계한 18홀이라고 한다. 이 사람의 소개글에는 태국에서 "많은 코스를 디자인한 유명한" 분이라는데 구글에서 이 이름을 치면 매조 골프장 말고는 나오는 게 없다.

첫 홀에 서니 뭔가 익숙한 풍경이다. 앞에도 뒤에도 다 한국말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페어웨이가 조선잔디 (Zoysia 종)였다. 이 잔디가 우리야 익숙하지만 잔디파는 맛이 별로여서 외국인들은 싫어하지 싶은데 워낙 고온다습한 기후에 강한 품종이라 요새는 미국에서도 많이들 심는다고 한다. 추워지면 누렇게 변하는 게 단점이라도 태국에서야 그럴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남아에 흔한 버뮤다 잔디보다야 모양도 느낌도 백배 나은데 그린까지 조선잔디를 깔아놓은 골프장은 한국에서도 흔하지 않다. 원래 과수원이었던 지역이라 페어웨이 주변으로는 과실수가 자라고 있고, 그쪽으로 공이 가면 무벌타 드롭이다. 요즘에는 레슨받으며 다운스윙에서의 체중이동을 연습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공을 맞추는 것에만 집중한 탓에 허리턴이라는 개념이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종종 어이없는 샷이 나온다. 그래도 더 발전하기 위한 길이라고 믿으니 다시 백돌이가 될망정 배운대로 한다.

처음 만나는 파 5가 4번 홀인데 죽었다 깨어나도 투온은 불가능하게 좌측으로 두번 꺾어지는 도그렉이다. 첫번째 도그렉까지 200미터가 넘으니까 내겐 쓰리온도 벅찬 디자인인데 오잘공 드라이버와 우드샷으로 파를 만들었더니 기분이 최고다. 방심한 탓인지 이후에는 연거푸 공을 물에 빠뜨렸지만 잘 맞아서 마침 거기 물이 있었을 뿐이니까 아마추어에게는 또르르 굴러가서 온그린되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홀들이 다 좁고, 그린이 보이지 않는 도그렉이 많아서 쉽지 않은데 생각보다 더운 날씨라도 그럭저럭 다들 즐거워하니까 이번 여행을 추진한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한편, 라운드를 마무리짓는 후반의 홀들이 비교적 평이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코스는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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