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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Kai Kou, 凯歌高尔夫球俱乐部) 골프클럽은 Greg Norman 설계인 36홀이지만 퍼블릭은 18홀만 (A/B 코스) 보통 열어놓는다. 하문이라는 도시 안에는 실은 골프장이 달랑 두군데 있는데 여기하고 동방 골프장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느긋하게 막히는 길을 나서도 40분이면 간다. 시내에 있으니 기본은 하지 싶었고, 그렉노먼 코스를 최근부터 좋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 기대에 부푼 날이다. 물론 이 코스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지만 가보기 전에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나로서는 그저 좋았다는 얘기밖에는 할 수가 없는데 쉬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코스 디자이너의 취향 그대로 리스크/리워드를 시험하는 어려운 레이아웃임에도 그럭저럭 공이 생각한만큼 맞아준 덕택에 점수가 올라갔을 수도 있다. 기온이 십몇도라도 역시 겨울이라 잔디의 상태가 별로였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티오프 전에 주변을 돌아보다가 18번 홀의 모습을 보았더니 파헤쳐진 산이나 채석장의 모습이 마치 미국의 사막 코스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상 1번 홀부터 돌면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나라 산악지형이 떠올랐으니 내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샷건으로 시작한 첫번째인 4번 홀의 티박스에 올라갔을 때에는 분명 한국에서와 다른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어서 중국 골프장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은 씻겨지는 순간이었다. 520 야드인 여기서 쓰리온 쓰리펏이니 좋은 출발이었으나 이어지는 파 3에서는 벙커에서 세번만에야 탈출하여 더블보기. 스페이스에 제약이 덜했던 덕택일런지 모르겠는데 심하게 꼬아놓았다기보다는 분명 잘 칠 수 있는 지역이 있고, 절대로 피해야할 지역도 공존한다. 커다란 그린 주변의 무시무시한 벙커도 그렉노먼 스타일이다.

몇주전 미국의 Wente Vineyards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었던 후반 5번 홀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빤히 저기 보이지만 그린에 공을 올리기가 정말 힘든 파 3였다. 이어지는 파 5 홀도 슬슬 힘이 빠져가는 후반부에는 정말 벅찬 오르막인데 화이트티에서 510 야드를 쓰리온했던 것은 나 스스로도 뿌듯하다. 도저히 피해가기 힘들게 벙커를 배치한 18번 홀에서도 보기로 막은 것에 기뻐하게 된다. 내일의 동방 컨트리클럽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하문 골프에서는 여기가 필수 코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전 9시 티타임에도 라운드가 끝나고 밥먹고 해도 오후 2시다. 남자들끼리의 골프여행에서는 하루 18홀은 좀 아쉽다. 끝나고 막상 할 일이 없는 것이어서 마사지를 받고 해도 저녁시간이 애매하다. 밤문화를 즐기기에도 이제 중국은 가성비가 영 꽝이라 (출장을 왔다가 잠깐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골프여행의 목적지로는 이제 아니다 싶다.

나중에 C/D 코스도 칠 수 있었다. 회원제인데다가 푸른 잔디에서 보니 확실히 잘 만들고 관리되는, 좋은 골프장이었다. 어려운 디자인이라 공이 번번히 벙커로 들어가는 바람에 스코어는 별로였지만 더운 날씨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 36홀도 거뜬했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게 더위에 헉헉거렸으나 행복했던 하루. 그런데 더워서 신경이 날카로와졌는지 몰라도 계속 공이 러프나 페어웨이 벙커로 가면 꺼내서 좋은 자리로 옮겨놓고 치는 동반자가 거슬렸다. 명랑골프니까 남이 어쩌든 신경을 끄면 그만인데 내가 쌩초보 시절에 완벽한 스윙에 감탄하고 동경해왔던 사람이라 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여기까지가 A/B 코스. 아래는 C/D 코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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