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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출장으로 부다페스트에 갔다가 멋진 야경도, 고색창연한 중세건축물도 시큰둥하기 때문에 그저 한나절 근처에서 골프칠 방법은 없나만 고민한 끝에 다녀온 골프장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 컨씨어지에 얘기했더니 이동네 골프장은 9시나 되어야 사람이 출근하기 때문에 쫌있다 와봐라 그런 대답만 들었는데 다시 가서 부탁하니 잡아준 곳이 여기 Pannonia 골프장이다. 부다페스트 근교에는 골프장이 없는지 택시로 한시간은 가야하는 동네에 있는데 가는 길이 양쪽으로 와이너리와 푸른 평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이라 골프장에 대한 기대도 점점 높아져만 갔고, 결론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높은 산이 없어 야트막한 구릉지를 따라 18홀을 만들었는데 못사는 나라여서 그런지 골프를 치는 사람이 별로 없는건지 아니면 평일 (금요일) 오전이어서인지 한산한 곳이었는데 희안하게도 내 앞뒤로 한국인 아줌마들 팀이 들어서서 여기가 헝가리 맞어? 그러면서 쳤다. 아마도 현지 주재원 가족들이지 싶은데 세계 어디를 가나 골프장에서 한국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곳이 없더라. 좋아보이고, 호텔에서 소개해준 코스라 가격이 비싸겠지? 생각했는데 그린피만 치면 18홀에 3만원도 채 안되는 착한 가격이다. 골프장이 관리상태도 좋고 경치도 아름다왔지만 홀들의 레이아웃이 아주 맘에 들어서 설계자가 누군가 찾아보니 (누군지 잘 모르겠긴 해도) Hans Georg Erhardt 라는 사람이더라. 헝가리 골프장은 나로서는 여기가 (당연히) 처음이긴 한데 일단 이쪽에서는 넘버원을 주기로 했다. 골프장이 위치한 곳은 합스부르크 왕조의 주말 놀이터였다고 하고, 판노니아도 1세기에 처음 로마군이 켈트족을 정벌하고 속주를 세운 곳의 이름이다.

앞뒤로 한국인 아줌마들에 둘러싸이기는 했어도 느린 팀은 패스해가며 치니까 18홀을 세시간 반만에 마쳤는데 그냥 한바퀴 더 돌아볼까? 고민했을 정도로 아름답고 재밌는 코스였다. 추울까 걱정했었지만 한국보다 오히려 더 화창하고 기온도 18도 정도로 골프치기에 딱 알맞았으니, 거기에 프로샵과 클럽하우스 식당의 직원들도 친절했던 것이 (음식값이 상상밖으로 저렴했던 것도) 이 골프장에 대한 내 인상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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