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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인가 이건 완전히 회의 스케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비행기를 탄 내 잘못인데 언제나처럼 하루 회의하고 귀국하는 일정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막상 와보니 하루 회의는 맞는데 비행편 일정상 앞뒤로 하루씩을 더 잡아놓았고, 바르샤바 올드타운 관광이야 한나절이면 끝이라 골프장 하나를 더 가볼 기회가 생겨버렸다. 이럴 거였으면 골프채를 챙겨올 것인데 암튼 아쉽지만 부랴부랴 검색을 통해 가게 된 곳이 여기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바르샤바 반경 40 km 이내에는 18홀 정규 코스가 세군데 나오는데 (Golfshot으로 찾아봐도 반경 100 km 안쪽에는 이렇게 세개) 어제의 First Warsaw, Sobienie Krolewskie, 그리고 여기다. Lisia Polana는 바르샤바 공항쪽으로 40분 정도 올라가야하는 리조트인데 폴란드 사람인듯한 Jacek Gazecki가 디자인해서 개장한 것이 2015년이라니까 아주 따끈따끈한 코스다.

어제도 그랬지만 왼손잡이는 골프채 빌리기가 쉽지 않아서 여기서도 좀 기다려야 했는데 다시 한번 한국에서부터 챙겨오지 않은 것에 후회가 되었다. 빌려준 골프채는 드라이버부터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메디쿠스에서 나오는 스윙 트레이너, 그러니까 스틸샤프트에 헤드무게도 어마어마한 그런 거였다. 아무튼 비용을 지불하고 나가려니까 미안하다며 골프공 한 다즌을 서비스로 주는데 폴란드에 대한 내 인상이 100%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혼자서 하는 연습 라운드인데 드라이버는 안 치면 되니까.

확실히 리조트 코스라 어제보다는 편안해보인다. 더불어 페어웨이나 그린의 상태도 더 좋았는데 그린피는 오히려 더 저렴하니까 어제도 여기로 올 걸 그랬다 싶다. 아니면 (만약 3일 일정임을 미리 알아챘더라면) Sobienie Krolewskie까지 바르샤바 골프장을 모두 섭렵할 수도 있었겠다 싶으니까 좀 아쉽다. 오후에도 섭씨 22도 정도로 선선해서 골프치기에는 딱인 날씨인데 햇살이 뜨거워서 썬크림도 챙겨오지 않은 내 무신경에 다시 한번 후회. 많이 밀리지는 않아도 앞에는 어린 애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들, 엄마들이 있어서 느릿하게 진행되는 라운드다. 많이 어렵지는 않은데 여기도 해저드와 도그렉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고민하고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그린이 커다랗고 울퉁불퉁해서 마치 우리나라 골프장의 느낌이다. 전반에서는 페어웨이 왼쪽에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는 8번과 왼쪽으로 90도 휘어지는 9번 홀들이 멋지다. 8번부터 점점 만만하지 않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물이 상당히 방해물로 등장하는 일은 후반으로 가면 흔한 일이다. 호수를 두번 넘어가는 11번 홀과 아일랜드 그린 파 3인 12번이 Lisia Polana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홀들이었다.

신생 골프장이라 러프에 페스큐가 덜 자라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더라도 칠만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지금은 듬성듬성해서 공도 쉽게 찾아지고 하지만 저 풀들이 제대로 자라나는 몇년쯤 후에는 난이도가 한참 상승할 것이다. 거리가 바르샤바에서 좀 멀어서 택시를 불러놓고 한참을 기다린 것도 단점. 피곤하지만 흐뭇한 심정으로 호텔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으러 올드타운의 옹기 (Onggi)라는 한식집으로 갔다. 바르샤바에 한식집이라니 별거 있겠냐 했는데 십년쯤 전까지 대우그룹이 위세를 떨쳤고, 지금도 여러 기업들이 진출해있는 동네인 것이다. 생각보다 엄청난 규모에 음식도 맛있지만 가격은 폴란드 답지않게 비싸다. 그래도 바글바글 장사가 되는 것을 보면 이쪽 동네의 발전가능성이 좀 있나본데 내 경우에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아니길 바란다.

 

렌탈한 클럽에는 심지어 "스틸" 샤프트 드라이버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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