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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아리지

hm 2020. 9. 22. 06:48

내가 골프를 치지 않던 십년전, 아직 대다수의 국내 회원제 골프장들이 높은 문턱을 고수하던 시절에도 주변에서 하도 얘기를 많이 해서 이름만큼은 익숙한 아리지 cc를 간다. 당시에 한창 골프에 맛을 들인 친구들이 싼맛에 가는 퍼블릭이라고들 했고, 여기 가보고는 역시 회원제를 가야해 그러면서 혹평을 하던 선배도 있었다. 나는 작년 늦가을에 한번 가서는 햇님/달님 코스를 돌았었는데 나쁘지 않네, 그런데 별로 싸지도 않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가뜩이나 부킹대란인 시절에 가을 성수기가 겹쳤으니 아리지라도 가자라는 심정으로 다시 간다. 김명길 씨의 필드콘설탄트에서 설계한 27홀 골프장이고, 이날 우리는 별님/햇님 코스를 돌았다. 별님 코스는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 중론인데 어느 코스로 돌더라도 가격은 같고, 그나마 주변 골프장들보다는 저렴했지만 아리지치고는 비싼 요금을 치렀다. 다만 이날도 보니까 티타임 일부는 노캐디 라운드가 가능하게 보여서 경험이 별로 없는 동반자들만 아니라면 돈을 절약할 수도 있었겠다.

전반적으로 짧고 쉬운 골프장이라고들 했으나 화이트티에서 파 4 홀들이 짧아봐야 310미터 정도니까 나같은 아마추어에게는 딱이다 (별님 코스는 좀 좁아서 어려운 편인데다가 그린의 상태도 후반의 햇님 코스에 비해 나빴다). 티샷만 대충 똑바로 날아가주면 평평한 페어웨이에서 숏아이언이나 웨지를 잡을 수 있으니 스코어도 좋게 나온다. 새벽에는 살짝 추웠지만 해가 나면서 곧 따뜻해진 날씨에 진행도 거의 밀리지 않았고, 티박스는 파 3 말고는 매트가 깔려있지 않았다. 퍼블릭답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라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코스에서 공도 잘 맞았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구글에서 "아리지"로 검색하면 맨 위에 "이런 골프장은 피해야한다" 그런 글이 나오는데 아마도 퍼블릭스러운 마인드의 캐디 탓일 것이고, 이날 우리를 담당했던 분은 일도 잘하면서 유쾌했다). 캐디가 거의 모든 홀에서 보이는 게 다입니다 똑바로 치셔야해요 했는데 햇님 코스에서는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공이 죽지 않았다. 커다란 그린은 느린 편이긴 했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라운드 내내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다닌다. 종종 꺼내서 golfshot 등의 앱으로 홀의 모양이나 그린까지의 거리를 확인하고, 사진도 찍는다. 골프장에서 찍는 사진은 99% 풍경사진이기 때문에 빛이 많고 공기가 맑으면 무조건 잘나온다. 다만 디지탈 줌을 쓰면 화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기본 화각으로만 찍는 것이 포인트. 가끔 사진을 왜 그렇게 많이 찍으세요? 그런 질문도 받는데 블로그 안해도 찍었을 것이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는 예전에 다녔던 골프장들 사진만 보고있어도 행복하다. 코로나 때문에 몇달이 지나도록 국내 골프장에만 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여기까지가 예전에 추울 시절에 돌아본 햇님/달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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