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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개장했던 시절에 자주 갔었던 골프장인데 남춘천 ic를 나와서 가장 가까왔던 것이 주된 이유였고, 그럼에도 인기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산자락을 깎아서 층층이 쌓은 페어웨이라서 좁고 어렵다는 평이었는데 언제나 공을 잃어버려가며 힘겹게 쳤었지만 경치만큼은 좋았어서 자주 갔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골프장들에 비해) 저렴하던 그린피가 슬금슬금 올라갔고,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해져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뜸해졌던 로드힐스를 오랜만에 방문한다. 로드/힐스/레이크 코스의 27홀 코스이고, 드래곤 엔지니어링에서 설계했다고 한다. 이날 우리가 도는 코스는 레이크/힐스의 순서인데 로드 코스가 좀 쉽다는 평이 있지만 어느 쪽으로 돌더라도 경치는 비슷하게 근사하고, 좁아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레이크 2번부터는 저아래의 호수를 바라보며 티샷을 하는데 나는 이렇게 홀과 저멀리 능선을 내려다보는 경치를 아주 좋아한다. 이쪽에서는 지그재그로 산비탈을 타고 돌아가는 6번 롱홀이 재미있었는데 프로들은 파 5가 버디를 반드시 잡아야하는 홀이라고 하던데 아마추어 입장에서도 기어이 파는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여간한 장타자라도 투온이 힘들 모양세라 세번째 샷을 가급적 그린앞 해저드에 가까이 가서 해야하는데 나는 140미터 어프로치가 카트도로를 맞고 홀컵에 붙는 바람에 얼떨결에 버디를, 동반자 2는 과감하게 투온을 시도해서 (거의 알바트로스가 될뻔한) 이글을, 또다른 장타자인 동반자 2는 샌드웨지샷이 그린을 넘어가버려서 보기를 했으니 이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것이다. 후반에서 힐스 3번이 가장 어려웠던 기억인데 해저드를 넘겨서 좁은 페어웨이에 공을 올리더라도 높게 솟은 그린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물에 빠뜨리는 경우에는 숏아이언이나 웨지를 잡고 해저드티에서 쓰리온이 가능하니까 (스코어만이 목표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낫지만 기분은 편할 리가 없다. 힐스 7번도 비슷하게 어려웠는데 계곡을 넘어 티샷이 페어웨이에 잘 가더라도 다시 계곡을 하나 더 넘겨 180미터를 쳐야하니 공만 잃어버리지 않아도 감사한 홀이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설계에서는 어떻게 쳐야하나 고민이 많아졌다. 티샷에 이어 50미터 정도로 잘라서 해저드 앞까지 잘라가는 것이 (그러면 130미터 오르막 어프로치가 남는다)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공이 그린앞 계곡에 빠질 각오를 하고 180미터를 치는 것아 맞았을까, 열번 시도에 한번쯤 파를 할 수 있는 식은 그냥 어렵게 만들었다고 웃어넘길 디자인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도 좌절을 겪은 골프장이라 나하고는 맞지 않나보다 생각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좋았던 부분은 요즘 보기드물게 빠른 그린이었다.
페어웨이에서 가장 어려운 경우가 나는 공이 발보다 아래에 있으면서 내리막 라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로드힐스는 대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경사라서 나같은 왼손잡이는 아주 유리하다. 스코어가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샷이 생각한대로 날아가줘서 만족스러웠다. 코스만 놓고 본다면 남춘천 부근에 가성비 짱짱한 골프장들이 즐비하기에 로드힐스의 선호도는 한참 밑일텐데 요즘같은 성수기에는 그저 부킹만 가능해도 감사할 지경이니 어쩌다가 우리나라 골프가 이렇게 인기 스포츠가 되었나 모르겠다. 코로나만 끝나면... 이렇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아마도 대다수 골퍼들의 마음이 똑같을테니 다시 해외로 자유롭게 다닐 시절이 온다면 해외골프여행의 붐이 엄청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