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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18홀이었던 윈체스트는 경기도 안성에 있지만 거의 남쪽 끝이라서 오히려 충청도가 근거지인 분들과 운동을 잡으면 자주 선택되었던 곳이다. 원래도 부킹이 어려웠던 곳은 아니었지만 퍼블릭이 된 지금은 인터넷으로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라도 티타임을 잡을 수 있고, 가격도 충북지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용인이나 안성의 다른 골프장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클래식/로맨틱 코스라고 이름붙은 18홀은 나름 이쁘게 관리된 곳일 뿐만 아니라 크게 어렵지 않아서 첫번째 싱글은 윈체스트에서 했었죠 하시는 분들이 내 주변에 많다. 설계를 누가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계단식으로 산자락을 돌아가는 식의 코스라도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고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나처럼 멤버 넷을 먼저 모은 다음에 어디를 갈까나 고민하다가 요사이 스코어가 별로라서 좀 쉬운 골프장으로 가자는 심정으로 골랐다.
우리는 클래식 코스로 시작했는데 1번 홀부터 420미터 정도로 짧게 세팅된 파 5 홀이었다. 딱히 공이 죽을 설계도 아니라서 기분좋게 치는데 이 홀부터가 윈체스트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굳이 멀리 티샷을 보내지 않아도, 페어웨이 중앙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파는 쉽게 하게끔 만들었다. 도전하느냐 돌아가느냐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설계인데 가끔은 이런 코스에서 힐링하는 맘을 치는 것도 괜찮을 것이 주변의 경치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동네 퍼블릭같은 느낌보다는 대접받는 것만 같다. 그나마 가장 긴 파 4 홀이 맨 마지막인 로맨틱 9번인데 중간에 커다란 해저드가 있고, 화이트티에서도 390미터쯤 되지만 시원스런 내리막이라 힘껏 드라이버를 휘두르기 좋다.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딱히 맛집이랄 곳이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