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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을 지나 저 위쪽으로 티클라우드 cc라고 있는데 코스는 꽤나 좋지만 교통이 불편하다 정도의 얘기는 많이 들어왔었다. 원래는 (현대그룹의) 다이너스티 cc라고 했다가 주인이 한국 야쿠르트로 바뀌면서 이름을 바꿨다는데 설계가 드래곤 엔지니어링이라니까 춘천의 로드힐스나 국내외 여러 코스를 시공한 회사지만 설계자를 떳떳하게 명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이덴티티 뭐 그런 것은 없는 모양이다 (아마도 이재충 씨가 주도했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 해밀/비체로 나뉘어진 18홀 골프장이고, 위치에 비해서 그린피가 싼 편이 아니라서 그럴 가치가 과연 있을라나 궁금해하며 간다. 잠실의 집에서 일요일 새벽에 나서더라도 한시간 십분은 걸리는데 (특히 동두천 시내의 수많은 신호등 사거리를 지나야 함) 이게 의정부ic에서부터 3번국도 우회도로가 생겨서 많이 단축된 것이라고 하니 엄청 멀기는 하다. 도착해서 보니 클럽하우스에서부터 고급스런 명문의 느낌은 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응답하라 1988 시절이 좋았던 게 아니냐고 지금은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만 당신이 왕족이거나 극단적으로 보수적이 아니라면 (또는 흡연자 입장에서도 옛날이 좋았긴 하다) 과거를 그리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거의) 모든 면에서 30년쯤 전보다는 좋아졌다. 골프치는 입장에서도 나같이 돈없고 힘없는 사람은 십수년쯤 전에는 아예 골프의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어디 9홀 퍼블릭 코스나 다녔을 것이다. 지금은 엄청 좋아진 세상이다. 골프만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에 들겠지만 적어도 문턱만큼은 많이 없어졌으니까.
우리는 해밀코스부터 시작했는데 경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코스도 재미있다. 티샷은 부담이 적고, 그린마다 한쪽에 벙커로 방어하고 있으니 공략할 지점도 명확하다. 잔디가 아직 덜 올라온 것이 아쉬운데 푸른 여름이 되면 적어도 레이크사이드 수준은 될 것이다. 전반에서의 베스트는 해밀 6번홀이지 싶은데 긴 파 5지만 전반적으로 내리막이라 써드샷을 웨지로 하게 되는데 그린에 공을 올려 세우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그린이 빠르다고들 하던데 (이정도 스피드의 그린은 명문 회원제라면 당연) 본대로 스피드 맞춰 굴려도 자칫 홀컵을 지나치면 저 아래, 그린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식은 그린관리보다는 설계의 문제인 것이다. 경치로는 후반을 마무리하는 비체 8번과 9번이 압권인데 8번은 탁 트인 전망이 근사한 파 3 홀이고, 마지막 홀은 내리막 300미터여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가도록 설계한 모양이다. 두개의 9홀 코스로 만들어졌으나 중간에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지 않는, 원웨이 방식도 맘에 들었다. 그린을 경사면에, 이단 삼단으로 저렇게 만들어놓고 잘 굴러가네~ 이러는 설계는 그저 설계자가 무식해서일 뿐이다.
주중에 내린 비로 코스의 조선잔디가 어느 정도는 자라줘서 흡족한데 주변 경관이 멋지기 때문에 5월 이후에 왔더라면 훨씬 아름다울 것 같다. 확실히 잘 관리된 (주인이 골프코스에 애정을 갖고 가꾼) 코스에 오면 스코어를 떠나서 기분이 좋다. 일단 4월이라도 티박스에 매트 따위가 없었고, 그린의 에어레이션은 언제 하는지 (나는 잔디가 쉬고 자랄 틈은 줘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쉽긴 해도 에어레이션에 불만은 없다) 바짝 빠르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새벽같이 시작한 라운드라 점심을 먹고도 먼 귀가길을 별로 막히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시간상으로만 보면 차라리 어디 강원도 깊숙히까지도 갈 거리라 자주 올 것 같지는 않아도 한번은 경험해볼 명문이고, 부킹이 쉽지 않으니까 기회만 오면 무조건 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