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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cc 마스터 코스에 대한 기억이 나름 좋았어서 약간 더 길고 어렵다는 챔피언 코스도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어려워봤자 골드 cc인데, 그런 생각이라 굳이 도전이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갑자기 토요일 오전의 티타임을 찾다보니 다른 대안도 없었다. 역시 우리나라의 골프열기는 현재진행형인 것이 날이 풀리고 잔디가 돋아나는 4월이면 서울 근교에서 골프장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약간 비싼 가격이지만 여기라도 부킹이 된 것이 다행이었다. 일출시각이 5시 50분경이고, 우리는 5시 15분에 기흥 ic 인근의 양평해장국에서 만난다 (그런데 한여름에도 7시쯤의 티타임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4월에 새벽 6시 티업이라니...). 아무튼 이로써 코리아 cc 27홀과 골드 cc 36홀을 (코리아 퍼블릭은 빼고) 다 돌아보게 된 셈이다. 챔피언 코스는 파 3, 파 4와 파 5가 각각 6홀씩으로 구성된 특이한 디자인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버디는 (가뭄에 콩나듯이) 파 5 홀에서나 나오게 되었는데 Golfshot의 분석에서도 파 4에서의 스코어가 제일 나쁜 상황이니 약간은 기대에 찬 라운드다.
그런데 막상 티샷을 시작하고 보니까 내가 생각하던 골드 cc가 맞나 싶게 타겟골프를 요구한다. 파 5라고 세컨샷으로 우드를 꺼내들고 맘껏 질렀다가는 여지없이 해저드로 간다. 도그렉도 많고 페어웨이도 기울어져 있다. 양측으로는 나무가 즐비하여 우리나라 골프장치고도 멋진 경치다. 파 3 홀들도 다 근사해서 전반에서는 물을 건너가는 4번과 7번이, 후반에서는 언덕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그린을 향해 샷을 하는 14번이 멋지다. 티박스에서는 저 아래를 보고 치고, 엉거주춤 내리막 라이에 서서 다시 저 윗쪽의 그린을 향하는 식도 예전에는 극혐이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쌩초보 시절의 느낌하고는 분명히 달라서 예전에 가보고는 별로다 생각했던 골프장들도 언제 날잡아서 다시 돌아봐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내 골프는 한껏 물이 오른듯 티샷도, 아이언도 잘 맞아서 스코어가 잘 나오고 있다. 파 5 홀에서의 쓰리온은 (세컨샷 미스만 아니라면) 이제 심심찮게 나온다. 게다가 아직 잔디상태가 별로일 4월임에도, 새벽부터 야간까지 쉼없이 돌아가는 골프장인데도 페어웨이나 그린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벚꽃이 휘날리는 평탄한 페어웨이를 천천히 걸으니 오만 잡생각은 다 사라지고 그저 행복하다.
이날도 내 스코어는 80대 후반인데 내 수준에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동반자 모모씨가 "누구랑 한번 쳐봤는데 엄청나던데?" 이런 얘기를 하길래 속좁게도 울컥하고 말았다. 나는 골프 잘친다는 얘기를 들을 일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 누구씨보다는 낫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나는 잘맞아야 200미터인 티샷으로 어찌어찌해서 쓰리온에 보기 아니면 파를 하는데 누구는 나보다 4,50미터를 더 쳐놓고 그린 주변에서 퍼덕이거나 두걸음 거리의 오케이를 받아서 더블보기를 한다. 아마추어야 티샷 비거리로 평가받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어프로치와 퍼팅을 잘하는 나는 좀 억울하다. 그리고 홀컵을 훌쩍 지나가버린 퍼팅에도 오케이를 후하게 주자면 티샷 멀리건에도 좀 그렇게 관대했으면 좋겠다 (드라이버 연습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런 현실이어서 가끔 나는 (무지 싫어하면서도) 내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