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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큘라 지역의 (이쪽 동네는 우리나라 프로들의 단골 전지훈련지이기도 하다) 수많은 골프장들 중에서도 상급으로 통하는 CrossCreek 골프클럽은 주변에 주택가나 리조트, 도로 등이 없어서 특히 선호되는 코스라고 한다. 아마도 Arthur Hills를 불러다가 코스를 설계하던 시점에는 대규모 커뮤니티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인데 2001년에 개장할 즈음 하필이면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바람에 결국 골프장만 남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인당 $40에 무제한 바우처를 샀는데 오전에 18홀을 돌아보고 맘에 들면 점심먹고 다시 돌 생각을 하고 왔다. 일단 쳐보고 굳이 같은 코스를 두번이나 돌 수준이 아니라면 오후에는 바로 인근의 Journey at Pechanga를 갈 생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인 듯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끼이었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코스 이외에는 눈에 거슬릴만한 집이나 고압선 등이 없는 산골이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코스의 디자인은 여러 컨셉이 섞여있는 형태인데 처음의 몇 홀들은 비교적 짧고 평탄하지만 개울과 나무로 가로막혀 정확한 샷이 필요한 타겟 골프였다. 티샷만 좋은 위치로 보내면 무난하게 파를 잡는다. 전반 6번에서부터는 갑자기 페어웨이가 넓고 길어지면서 나무 대신에 페스큐가 해저드 역할을 하는 링크스 코스로 변한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에 더해서 그린 주변에 벙커가 온그린을 방해한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여기는 또 계곡과 산악지형을 따라가는 코스가 되는데 티샷도 거리를 필요로 하며, 숲과 개울을 피해가며 쳐야만 한다.

16번부터 세 홀들이 아주 재미있으면서 어려웠는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디자인의 홀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대단한 피니쉬였다. 매우 좁으면서 왼쪽에서 우측으로 심하게 경사진 페어웨이를 가진 16번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파 3 홀인 17번도 인상적이다. 18번 홀도 파 4로 플레이되지만 거의 페어웨이의 끝자락까지 티샷을 보내지 못하면 그린을 직접 공략할 수 없는 멋진 설계였다. 전반적으로 홀들이 상벌이 뚜렷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뻥뻥 지르기 좋아하는 동반자는 홀마다 공을 잃어버리며 고생했으나 내게는 최고의 코스였다. 빠르지만 공이 본대로 굴러가지 않는 포아누아 그린도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잔디여서 계산보다는 감이 우선시되는 퍼팅이 필요했다. 라운드 직전에 연습그린에서 공을 몇개 굴려보았는데 실제 그린은 그보다 훨씬 빠르고 복잡한 브레이크를 보여주었다. 위치 덕택인지 한적하고 느릿느릿한 분위기도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오후에도 다시 같은 코스를 돌았을까? 40불에 36홀이면 이정도 수준의 코스에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오후가 되니까 한국인들로 보이는 프로 (내지는 지망생) 여성들이 연습그린과 드라이빙 레인지를 가득 채웠다. 그들의 연습을 지켜보자니 다시 불끈 힘이 솟아서 리플레이 라운드를 부탁했고, 점심식사후 18홀을 더 돌았다. 특히 티샷이 안정을 찾아서 몇몇 홀을 빼놓고는 GIR을 달성했으니 (그러나 연이은 쓰리펏..ㅠㅠ) 만족스러웠다. 반면에 골프매너가 영 엉망인 동반자의 모습을 보면서 (캐디가 있고 진행이 규격화되어 이루어지는 한국에서의 라운드는 개개인의 매너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실망도 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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