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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LA 동쪽으로 Schmidt-Curley 디자인의 골프코스가 무척 많다. 그럼에도 지겨울 수가 없는 것이 다른 어떤 스포츠와도 달리 골프는 자연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설계철학에서 탄생한 코스라고 하더라도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없다. 이게 바로 골프의 최고 매력일텐데 세상에 같은 코스는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 한 코스를 반복해서 돌더라도 경험은 언제나 새롭다. 나는 그들의 설계에 100% 만족하기 때문에 또다른 Schmidt-Curley 코스를 방문함에도 기대로 가슴이 설렌다. 평도 좋은 코스이고, 90년대말에서 20세기 초반으로 이어지는 골프장 붐의 시대에 지어진 코스들은 들인 돈에 걸맞게 수준도 높다. 게다가 여기 Goose Creek은 US 오픈 퀄리파잉도 수차례 개최한 바 있으니 이런 골프장을 $50에 칠 수 있으면 (여기는 Golfnow 등의 부킹사이트에서 취급하지 않는다) 거저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오전의 Oak Quarry 라운드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여유롭게 도착한 우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어디냐 즐거워하며 첫 홀로 나선다. 알버트 하몬드의 명곡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 노래도 있지만 하필이면 기상이변 수준으로 비가 퍼붓는 시기에 이쪽으로 왔냐 황당했지만 즐겁게 보낸 몇일이 거의 끝나가는, 아쉬움이 남는 라운드였기에 가급적 신중하게 치려고 했다. Goose Creek은 경치가 아름답다기보다는 깔끔하게 관리되고 재미있는 레이아웃으로 승부하는 골프장이었다. 도그렉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떤 홀은 오른쪽으로, 다음 홀은 왼쪽으로 휘는 식으로 바뀐다. 화이트티에서도 400야드가 넘는 파 4 홀들이 있는가 하면 힘껏 질러서 원온의 유혹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잘치면 물론 좋겠지만 커다랗고 울퉁불퉁한 그린에서 스코어를 까먹게 된다. 비교적 평평한 입지라서 사진빨은 실제보다 못하게 나온다.

몇일에 걸쳐 계속 골프를 친다면 준비할 것이 많겠지만 골프공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번 골프여행에서도 나는 사전에 로스트볼 가게에서 'near-mint' 급의 공을 수십개 정도 주문해서 호텔에서 받았다. 나도 한때는 (주로 선물받은 경우가 많았지만) 갓 포장을 벗긴 프로 v1 아니면 안쓰던 시절이 있었고, 다즌에 만오천원쯤 하는 투피스 공을 사기도 했었으니 로스트볼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사연으로 주인의 손을 떠났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그리고 연못 깊숙히 몇일을 박혀있었는지 모를 그런 공으로 골프를 치고싶지는 않었다. 샷이 엉망이면 괜히 공에게 화풀이도 했는데 막상 러프 깊숙한 곳에서 비교적 외관이 깔끔한 공을 줏으면 기분좋게 다음 홀에서 치곤 했으니 로스트볼이라고 무시할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몇일동안 낯선 코스를 방황하는 이유가 무슨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아니니까 싸면 좋은 것이다. 인터넷 서치를 좀 해보니 요즘 골프공은 호수에 몇일 잠겨있었다고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일은 없다고 하며, 다만 도장을 새로 했다거나 소위 리퍼비시드 공은 피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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