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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딱 일주일 내린다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폭우로 어제 오후를 공치고(?)드디어 제대로 공을 치는 날이다. Riverside 카운티에서 동쪽으로 더 가서 팜스프링스에 못 미치는 지역에 또 가성비 짱짱한 골프장들이 몰려있었다. Country Club at Soboba Springs라는 이 골프장은 Desmond Muirhead가 (이 아저씨는 우리나라에서도 몽베르를 설계했다) 1966년에 설계했던 (당시의 이름은 Soboba Springs Royal Vista 골프클럽) 회원제를 2005년에 Cary Bickler가 리노베이션해서 다시 개장한 곳인데 여기도 (현재의) 주인이 카지노라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주말임에도 카트를 포함하여 $38 그린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 가격은 기를 쓰고 찾아봐야하는 핫딜 프로모션이나 쿠폰이 아닌 정가다. 어디 시골동네의 파 60 퍼블릭도 주말 오전에는 이것보다 비쌀 것이다. 다만 한가지 이번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온라인 부킹 사이트인 Golfnow는 사실 그렇게 싸지 않다는 점이다. 핫딜이 종종 나오고, 이용한 횟수에 따라 쿠폰도 받을 수 있지만 따로 비용 (transaction fee)을 받기 때문에 기껏 2, 30불로 부킹해놓고 여기에 3, 4불 정도가 추가되면 황당하다. 이 비용은 혹시 티타임을 취소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골프장 홈페이지에서 부킹하는, 또는 무조건 전화해서 디스카운트를 요구하는 편이 더 나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면 금방이니 접근성도 좋은데 사실 LA 도심에서라면 쉽게 도달할 거리는 아니겠다. 한적한 산골에 아름다운 골프장인데 몇년전까지 PGA 투어 2부대회가 열렸고,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코스로 꼽혔었다고 한다. 주변에 변변한 주택가도 없어서 대체 여기에 왜 골프장이? 게다가 프로 투어도 개최했다니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었으나 그만큼 경치가 좋고, 코스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6400 야드의 블랙티에서 치기로 했는데 이 밑으로는 블루와 레이디티밖에 없다 (그러니까 블루티가 다른 골프장의 시니어티 정도?). 앞에 느려터진 단체팀이 있었으나 잘 관리된 잔디에 특히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어렵고도 오묘한 홀들이 이어지니까 정말 재미있다. 마치 Pasatiempo를 연상케하는 (무시무시하지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벙커들도 근사했다. 여전히 티샷도, 아이언도 종종 훅이 났어도 대체적으로 그럭저럭 잘 맞은 날이었다.
근사했던 홀들을 몇개 꼽아보자면, 우선 산위에서 저아래 물을 넘겨서 그린이 있는 4번과 pga 2부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파 3 홀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15번이 기억에 남는다. 커다란 호수를 따라 돌아가는 11번과 18번도 사진빨을 받는 풍경이었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들어가면 이런 코스를 만날 수 있으니 나는 이렇게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에 코스콜렉터를 자처한다. 서너명 소규모의 골프여행을 몇번 미국에서 해보니까 식사, 숙소, 비용 등에는 대충 감이 잡히는데 또하나 중요한 것이 무조건 크고 편한 차를 빌려야한다는 것이다. 골프백과 트렁크 정도로도 차가 꽉차는데 쇼핑이라도 했다가는 사람이 짐짝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리고 차가 편하면 대도시에서 보다 멀리까지 찾아갈 수가 있으니 여기 Soboba Springs처럼 가성비 짱짱한, 숨은 보석같은 코스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내 경험으로는 중급 SUV 수준에서는 현대 산타페가 최고였는데 일단 골프백이 가로로 실린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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