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실크리버

hm 2020. 4. 24. 14:33

청주나 대전에 사는 이들과 골프 약속을 한다면 그 선택의 폭이 꽤나 넓은데 충북 청원, 진천, 음성 등지에 꽤나 괜찮은 (그러면서도 붐비지 않고 가격도 좋은) 골프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크리버는 서울에 사는 골퍼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듯 하지만 2004년에 미국의 Graham Marsh가 설계했고, 관리상태도 좋은 곳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선호도를 따지자면 우리나라 골프장들 중에서는 탑클래스라고 생각한다. 강남에서 차를 가져가면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고속철도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리는 방법도 있다 (아, 그러고보니 지도를 보면 KTX 고속철도가 이 골프장 지하를 관통한다). 카이스트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운동을 잡으면 언제나 일순위로 떠올리는 골프장인데 첫인상은 함석지붕에 (캐디 말로는 청동이라 돈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첫 인상으로는 그냥 판자집..ㅠㅠ) 얼핏 보면 가건물 같은 클럽하우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인 디자이너가 만들어서 그런가 주인이 일본사람인가 아무튼 많이 일본풍이다. 심지어는 그늘집도 자판기만 있어서 다른 골프장처럼 생각하고 지갑을 갖고나가지 않으면 중간에 음료수 한 잔도 마실 수가 없었다. 클럽하우스의 음식은 여느 명문 골프장에 비교해도 맛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음식도 일본식이라 그런가 우동 같은 메뉴도 있고, 특히 회덮밥이나 여름에만 하는 물회는 정말 맛있었다.

코스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데 세팅은 의외로 어려워서 그동안은 늘 고전했었다. 좁다란 산기슭에 우겨넣어서 어려워진 그런 코스가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쉽게 파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느껴지는 그런 골프장이다 (KPGA 레이팅이 73.8타인데 물론 화이트티에서는 다르겠지만 프로들도 이븐파를 못한다는 얘기). 전반적으로 홀들이 다 긴 편이고, 오르막 티샷으로 부담스럽고,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들이 많아서 어려운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식이 재미있다 (스코어와는 다른 얘기다...ㅠㅠ). 주변에 신경쓰일 건출물이 없고, 산세가 아름다와서 경치는 아주 좋다. 전반을 마무리하는 9번 홀의 티박스에 서면 좌측의 연못과 소나무숲이 근사하고, 후반으로 넘어가면 쉬워보이는데 왜이렇게 안되지?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후반에서는 특히 커다란 호수를 끼고 전략적인 샷을 요구하는 18번 홀의 경치가 압권인데 그전에 16번이나 17번 홀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정말 눈을 뗄 수 없도록 멋지다.

코스의 공략을 생각하자면 실크리버는 전형적인 타겟골프가 아니지만 어떻게 쳐야할지 캐디의 설명을 숙지한다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파 5인 전반의 4번과 후반 18번 홀이 좋은 예가 되는데 비교적 넓은 페어웨이지만 세컨샷을 하기 좋은 위치로 공이 가지 못하면 중간에 끊어져서 조성된 두번째 페어웨이까지 공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180미터 정도 레이업을 하느니 차라리 짧게 잘라서 포온을 노리는 편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내 경우에는 4번 홀에서 티샷이 잘 맞아서 그린이 보이는 우측 도그렉의 꼭지점까지 공을 보냈지만 세컨샷을 140미터만 보낸 다음에 우드로 쓰리온을 했다. 곧게 날아간 공이 수많은 벙커들을 지나 그린 초입에 떨어지는 모습은 (내가 쳤지만) 정말 장관이어서 날씨와 스코어에 상관없이 뿌듯한 하루였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잭니클라우스  (0) 2020.04.27
파인비치  (0) 2020.04.25
SG (상떼힐)  (0) 2020.04.23
자유  (0) 2020.04.21
장수  (0) 2020.04.2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