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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나 대전에 사는 이들과 골프 약속을 한다면 그 선택의 폭이 꽤나 넓은데 충북 청원, 진천, 음성 등지에 꽤나 괜찮은 (그러면서도 붐비지 않고 가격도 좋은) 골프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퍼블릭 부킹이 가능한 골프장들 중에서는) 원탑으로 생각했던 곳이 실크리버 컨트리클럽이었는데 몇년전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을 세레니티로 바꾸고, 9홀 (블루코스)을 추가하며 평이 엇갈리는 듯. 여기는 서울에 사는 골퍼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듯 하지만 2004년에 미국의 Graham Marsh가 설계하여 개장했고 (추가된 블루는 누가 했는지 모름), 관리상태도 내내 좋았던 곳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선호도를 따지자면 우리나라 골프장들 중에서는 탑클래스라고 생각한다. 강남에서 차를 가져가면 두시간, 그러나 고속철도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리는 방법도 있다 (아, 그러고보니 지도를 보면 KTX 고속철도가 이 골프장 지하를 관통한다). 카이스트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운동을 잡으면 언제나 일순위로 떠올리던 골프장인데 첫 방문에서의 인상은 함석지붕에 (캐디 말로는 청동이라 돈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첫 인상으로는 그냥 판자집..ㅠㅠ) 얼핏 보면 가건물 같은 클럽하우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인 디자이너가 만들어서 그런가 원래 주인이 재일교포라서인가 아무튼 많이 일본풍이다. 심지어 예전에는 그늘집에도 자판기만 있어서 다른 골프장처럼 생각하고 지갑을 갖고나가지 않으면 중간에 음료수 한 잔도 마실 수가 없었다. 클럽하우스의 음식은 여느 명문 골프장에 비교해도 맛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음식도 일본식이라 그런가 우동 같은 메뉴도 있고, 특히 회덮밥이나 여름에만 하는 물회는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문기에는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주인이 바뀌면서 클럽하우스는 외관이 그대로였어도 속이 많이 좋아졌다.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해서 특히 후져보였던 라커룸이 나아졌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그런데 나는 (블루 코스를 쳐본 적이 없긴 하지만)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굳이? 싶어서 실크/리버 코스로 예약했는데 전날 골프장에서 전화가 와서는 실크 그린을 에어레이션한다며 리버/블루로 쳐야한다고 한다. 이 여름에 그린 에어레이션? 했는데 그래도 미리 알려준 게 어디냐 알았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나가보니 우리는 블루/실크의 순서라고 해서 얘기가 다르지 않냐 항의해보았지만 저희는 정해진 대로만 할 뿐이에요 이런 대답만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반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망치기 싫어서 그냥 나가야했다.
나는 실크리버 시절에 여기를 여러번 와봤지만 코스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왔어도 세팅은 의외로 어려워서 그동안 늘 고전했었다. 좁다란 산기슭에 우겨넣어서 어려워진 그런 코스가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쉽게 파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느껴지는 그런 골프장이었다 (KPGA 레이팅이 73.8타인데 물론 화이트티에서는 다르겠지만 프로들도 이븐파를 못한다는 얘기). 반면에, 이번에 처음 쳐보는 블루 코스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산악지형 모양으로 좁지만 짧다. 덕택에 나같은 짤순이도 올림픽 파를 하면서 좋은 스코어를 냈다. 파를 했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기대했던 실크리버가 아니었기 때문. 그러다가 후반에 실크 코스로 접어드니 완전히 다른 골프장인 듯 고전의 연속이었다. 훌륭한 코스지만 블루에 비해 몇배는 더 어려워졌다. (전화로 안내받은 바와 같이) 모래로 뒤덮인 그린에서는 더욱 난감했다. 플레이한 시기가 공교롭게 에어레이션과 겹친 탓이겠지만, 블루 코스는 관리상태가 좋았다. 다만 예전 실크리버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디자인이었다. 후반에 친 실크는 제값을 받을 코스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반에 38타, 후반에 45타인 스코어와 상관없이 뭔가 속았구나 이런 느낌으로 귀가했으니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재방문한다면 실크/리버 순서로 돌아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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