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클럽72 (레이크)

hm 2024. 8. 30. 05:35

(회원제 정규홀이 제대로 된 골프장이고 퍼블릭은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그냥 연습삼아 가는 곳이라는 식의) 우리나라 퍼블릭 골프장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원조, 클럽72를 몇주만에 다시 가본다. 바다 코스를 구성하는 54홀 (클래식, 레이크, 오션)은 주차장과 클럽하우스를 같이 써서 늘 사람이 붐비는데 티타임 잡기도 예전에는 많이 어려웠었다.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가격은 회원제 못지않게 받는다는 비난을 무마하고자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던 곳인데 (예를 들어 코스 중간중간의,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냉차, 겨울에는 커피, 붕어빵 등의 서비스) 주인이 원더클럽으로 바뀐 이후에는 서비스가 줄었으나 가격은 좀 내렸다. 그리고 혹서기라서 그렇겠지만 2부에는 팀도 별로 없이 썰렁했다. 이번에 가는 코스는 레이크.

스카이72의 네 코스 중에서 하늘 코스와 여기 레이크는 노준택 씨가 설계했다. 이름에서부터 워터해저드가 즐비할 것 같지만 바로 붙어있는 클래식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지에 비교적 편안한 골프장이다. 그러고 보니 클럽72에는 레이크사이드 만큼이나 자주 왔었던 것 같은데 질리기는 커녕 올 때마다 새롭고 만족스럽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36홀 골프장은 수두룩하고, 54홀 이상을 갖춘 곳도 많은데 막상 가서 보면 내장객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만들어서 어느 코스로 가더라도 다 비슷비슷하다. 스카이72는 반면에 4개의 18홀 코스가 다 설계철학이 다르고, 판이하게 다른 경험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따로 소개해도 괜찮다. 아마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매립지에다가 만든 식이어서 그런 설계가 가능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산에다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마치 외국의 리조트 코스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레이크와 클래식코스는 (가격도 오션과 하늘코스에 비해 약간 싸지만) 코스의 아름다움은 기대하기 어려워도 골프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이날 10번 홀부터 시작했는데 원래 원웨이 진행으로 설계된 코스라서 카트로 한참을 가야한다. 편안한 티샷에 페어웨이도 평탄한 편이라 샷에 부담이 적다. 타겟 골프를 유도하는 식도 아니어서 몸에 힘도 덜 들어간다. 워터해저드만 피할 수 있다면 약간의 미스는 노프라블럼이다. 몇주 사이지만 하늘 코스에서 백돌이 스코어를 내고, 클래식과 레이크 코스에서는 싱글 수준의 플레이다. 시그너쳐 홀이라고 부를만한 파 3가 없는 것이 유일한 흠이지만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로 치는 식은 요즘 워낙 흔하니까 굳이 클럽72에서 그런 기대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코스의 운영은 좀 이상하다. 전반과 후반 9홀씩이 아닌 단방향 18홀 코스인데 OUT 코스, IN 코스로 나눠서 출발시킨다. 덕택에 IN 코스로 시작하는 우리는 저 끄트머리에 있는 10번 홀 티박스로 가기 위해 카트를 타고 10분 정도를 가야만 했다. 이런 운영이다보니 점심먹고 시작한 라운드는 전반에는 그야말로 스무스하게 진행되었지만 9홀을 끝내고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후반은 거의 매 홀마다 앞의 팀을 기다리게 된다. 단방향으로 운영하는 골프장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경우라지만 좀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레이크라는 이름답게 코스 어디서나 물을 만나게 되지만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벙커도 매 홀마다 신경쓰이게 하는데 설령 들어가더라도 다행히 빠져나오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때로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몰래 숨겨둔 위험요소는 없는 모양이다. 평지에 조성된 골프장이라 다른 홀들도 저멀리에 보이지만 어느 홀도 비슷한 느낌이 없다. 해질녁에 즐거운 라운드를 마친 우리는 동해막국수에서 언제나처럼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일정이 있는 나는 결국 방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서 자버렸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샴발라  (2) 2024.09.05
라데나  (4) 2024.09.02
중문  (0) 2024.08.27
플라자 제주  (0) 2024.08.24
레이크사이드 (남코스)  (0) 2024.08.0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