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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의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서울한양 cc에서의 주장으로는 1927년이라고 함) 해방후에 한국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골프장은 전쟁이 끝난 폐허속에서도 주말마다 골프치러 오키나와까지 가버리는 미군들을 달랠 목적으로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 자리에 만들어 1953년에 개장한 군자리 서울 cc라고 한다. 이 골프장이 나중에 공원으로 바뀌면서 고양시 원당에 있던 한양 cc와 합쳐지는 바람에 여기는 한양 cc이기도 하고, 서울 cc이기도 하다. 같은 골프장을 쓰면서 서로 회원관리와 부킹을 따로 하고, 심지어는 클럽 챔피언도 따로 뽑는다니 좀 웃기지만 아무튼 여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골프장이다. 1964년 9월에 개장한 구 코스 (파72, 5854m)는 안중희, 연덕춘 씨에 의해 설계되었고, 신 코스 (파72, 6374m)는 1970년 9월 일본인 야기다케오 (八木武夫)의 기본 설계로 개장한 뒤 김찬수, 이일안 씨의 감리로 리노베이션을 거쳤다고 한다.

참고로 군자리 서울 cc에 이어서 우리나라 두번째 골프장은 하나가 아니라 세 곳이 거의 동시에 개장했다고 한다. 한양 cc와 부산 cc (원래 위치는 지금의 달맞이고개 자리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의 아라 cc (여기는 지금의 제주 cc다). 서울 cc라면 나같은 일반인은 꿈도 못꾸는 폐쇄적인 곳이지만 (이름만 다르지 같은 공간이니 뭔가 웃긴 시추에이션이긴 해도) 한양 cc는 주중에 퍼블릭 부킹을 받는다. 그러니까 한양 cc에서 공치고는 나 서울 cc 다녀왔네 얘기해도 말이 된다. 다만 내 서식지에서는 서울의 반대편이라 굳이 찾아갈 일이 없었는데 회원이신 모 선생님께서 평일에 초대해주신 김에 기회다 싶었으나 내가 서울 cc를 간 것인지 한양 cc를 간 것인지는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전달받은 문자에는 "서울한양 신코스 몇시 예약" 이렇게 적혀있었음). 해서 그냥 서울한양 cc로 생각하기로 했다.

클럽하우스는 삼십년전쯤의 초등학교거나 군대 막사를 개조했나 싶게 후졌는데 그래도 와이파이가(^^) 터지고, 화장실에 비데도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새벽같이 신코스 1번 홀부터 시작하는데 화이트티에서 치지만 GIR은 꿈도 꾸기 어려울 정도로 길다. 드라이버에 웨지인 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쓰리온에 숏게임으로 벌어먹는 처지지만, 평탄한 페어웨이에 비해 모든 홀들이 길었다. 희안하게도 350미터 미들홀에서는 티샷 후에 웨지를 잡곤 하지만 홀의 길이가 400미터가 되면 티샷이 제대로 나가지 않아서 쓰리온도 어려우니 멘탈의 문제도 있는 모양이다. 아주 장타자가 아니라면 레이업이 답인데 다행히 그린 주변에는 장애물이 별로 없다. 투그린 시스템이고, 그린도 그냥 작고 동그래서 웬만해서는 쓰리펏을 할 일이 없다. 양측으로 나무가 울창해서 실제보다 페어웨이가 좁아보이며, 덕분에 사진이 이쁘게 나온다. 예쁘고 편안하면 좋은 코스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

신코스의 시그너처 홀을 꼽는다면 저멀리 북한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18번 홀이다. 예전에 설악산 울산바위 하나로 조경이 끝나버린 델피노에서도 느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은 제아무리 대단한 설계자라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산하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서 손색이 없게 아름답다. 저기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도 나는 대학생 시절에 (등산광인) 친구따라 올라가보았는데 따로 준비할 건 없어 다들 그렇게들 하고 가는거야 그런 얘기를 믿고 구둣발로 저 암벽을 올랐으니 죽을라고 작정을 했던 까마득한 예전 추억이다. 격세지감을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골프장 갯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어느덧 이 쪼매난 나라에 골프장의 갯수가 500개에 이르렀으니 우리보다 더 골프장이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정도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500여개의 우리나라 골프장들 중에서 나는 반 정도는 가보았지 싶은데 새로운 코스를 경험하는 것도 좋고 같은 골프장에서 매번 달라지는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래도 어서 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어 해외로 나갈 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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