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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인천그랜드

hm 2020. 7. 13. 20:36

내게는 일종의 숙제로 남아있던 골프장인데 인천의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걷는) 공업지대 한가운데에 있는 18홀 퍼블릭이다. 평이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지만 내 커리어의 첫 5년간을 인천에서 보냈었고, 당시에 나는 골프를 치지 않았으나 주변에는 다들 열심이던 분위기여서 구내식당 등에서 인천그랜드에서 싱글을 했네, 에이 거기 싱글은 쳐주지도 않아 이런 시덥잖은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었다. 그랜드 cc는 부킹이란 게 없어서 무조건 가서 줄을 서서 친다고, 그래서 아랫사람을 시켜서 몇시간씩 줄을 서있게 했다는 식의 (황당한) 얘기, 카트를 타지 않는데 그저 평평한 골프장이라 운동하러 가는 거지 경치는 영 아니다 그런 말도 들었다. 직장을 옮기고, 이사를 하고, 뒤늦게 골프를 배워서 열심히 치고 있지만 여간해서는 인천 시내에까지 들어가서 운동할 일이 없었는데 모처럼 기회가 되어 가보는 금요일 오후다. 충북에도 청주그랜드 cc가 있는데 아마 주인이 같은 모양이고, 거기는 일본사람이 설계했다지만 인천그랜드의 설계자는 알아낼 길이 없다.

모처럼만의 장마 끝무렵에 그동안 내린 비가 이날은 잦아들어준 것에 감사하며 골프장에 도착하고 보니 과연 오래된 티가 난다. 스타트 광장에는 골퍼들과 캐디 등등이 얽혀서 바글바글하고, 티타임에 맞춰 시작하지도 못한다. 인천국제 cc와도 비슷하지만 거기는 캐디가 카트를 밀고 페어웨이에 들어가고, 여기 카트는 골프백 네개를 싣고 카트길로 (유도선을 따라) 가지만 골퍼들은 앞으로 걸어가고, 캐디가 왔다갔다 분주한 식이다. 평평하고 똑바른 레이아웃이지만 원하는 위치로 공을 정확히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아마추어겠는가...ㅠㅠ 나름 해저드도 곳곳에 나타나고, 그린도 빠르다. 양측으로 쭉쭉 뻗은 나무들은 확실히 우리나라 코스에서는 보기드문 광경이다. 전반에서는 핸디캡 1번인 7번 홀이 기억에 남는데 화이트티에서도 530미터가 넘었으나 오잘공 드라이버에 5번 우드, 8번 아이언의 순서로 온그린에 성공하여 파를 잡았으니 내 수준으로는 가장 잘친 세번의 샷이었다. 후반의 1, 2번이나 9번 홀에서는 아름드리 나무사이의 페어웨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이 지역이 인천에서도 망해가는 공업지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특히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마지막 홀의 경치는 올해 가본 골프장들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서 파 3 홀들에서 만난 티박스의 매트는 너무나도 퍼블릭스럽다.

페어웨이가 평평하다고 인천그랜드 싱글은 안쳐준다는 말이 웃긴 것이 다른 골프장에서 싱글은 여기서도 싱글이겠지만 80대 치는 사람이 서너타 이상 줄일만큼 만만한 코스는 절대 아니다 (이날 나의 스코어는 80대 초반 ㅋㅋ). 미국에서라면 20불짜리 muni 분위기지만 우리나라니까 주변에 산이 보이지 않아 이국적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우리보다 몇배는 힘들었을 캐디도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일을 잘한다. 처음 가보는 골프장이니 먼저 네이버에서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몇페이지에 걸쳐 "모모 제품 체험단과 함께하는" 라운드 후기들로 도배를 했다. 광고인지 (나름 정성들여 작성한 글을 보면 그린피 정도 내주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화보집인지 모를 블로그를 건성으로 읽긴 했는데 확실히 사진빨이 받는 골프장인 것은 확실하다. 스코어가 잘나온 코스에는 가산점이 붙기 마련이라도 내리 걷는다는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골프장인데 아무래도 페어웨이 양측에 그물망이 살짝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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