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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그랜드

hm 2020. 8. 23. 06:43

예전에는 청주 그랜드 cc라고 불렀는데 인천그랜드나 여주 그랜드 cc (지금의 동여주 체력단련장)와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고, 지금은 그냥 그랜드 컨트리클럽이라고 부른다. 1989년에 27홀로 개장해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골프장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곳인데 오랜만에 부킹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한국 최초의 "스코틀랜드 링크스" 스타일의 정통코스를 만나보세요 어쩌고 적혀있어서 이게 말이야 방구야 잠깐 웃었다.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씨가 설계했고, 명문 회원제를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골프장이지만 페어웨이 양측으로는 소나무가 숲을 이룬 산악지형이고, 투그린이다. 확실히 링크스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의 코스다. 그래도 저렴한 덕인지 큰 대회는 아니라도 2부 투어나 이런저런 시합도 많이 열린다. 여기가 나름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비교적 산을 오르내리지 않는 평탄한 코스에 일찍부터 조명시설을 갖추고 야간 라운드를 운영했기 때문인데 싼맛에 부킹이 쉬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그린피가 많이 올라버린 올해는 좀 특수한 경우긴 하지만) 거의 2십만원 그린피는 좀 당황스럽다.

 

나는 예전에 청주에 사는 선배들이 가끔 불러줘서 여기를 와보곤 했다. 오후 늦게 시작하면 해지기 전에 전반을 마치고, 간단하게 그늘집에서 (짜장면이 맛있었음) 저녁을 먹고는 후반 9홀을 돌았다. 야간 라운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퇴근후에나 시간이 나는 선배들이 비용을 내줄테니 내려오너라 해서 갔던 거라서 불만이 없었다. 늦은 밤에 한산한 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하면서 몸을 적당히 쓴 피로감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도 난다. 이번에는 반대로 새벽시간의 티타임이었다. 클럽디 보은에다가 일박이일 패키지를 잡았는데 토요일 오전에 밀리는 고속도로로 내려가느니 차라리 새벽같이 만나서 어딘가에서 18홀을 치고 갑시다 이렇게 죽이 맞았던 것이다. 27홀 코스에서 이번에 우리가 도는 18홀은 서/동 코스의 순서.

티박스에서는 좁아보여도 여기는 장타자나 짤순이나 다 재미있는 코스다. 서코스에서는 파 5 홀들이 재미있고 어려웠으며, 경치로는 클럽하우스를 내려다보는 9번이 최고였다. 후반인 동코스로 가면 시작부터 파 5인데 중간에 연못이 있고 내리막이어서 장타자는 드라이버 티샷이 불안하다. 연못 전까지 갔다면 투온은 절대로 불가능한데 어느 누가 오더라도 티샷으로 연못을 넘길 수는 없을테니 이런 식의 설계는 미국 설계자들은 피하는 형태다. 나야 뭐 쓰리온, 포온이라도 감사하지만 투온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파 5 홀은 여기가 남자들 프로시합이나 Q-스쿨도 종종 열리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 그린이 요즘답지 않게 빨라서 초반에는 당황했지만 3부까지 빡시게 돌리는 골프장임에도 관리에 열심인 것이다. 노련하지만 닳은 티가 나는 캐디들 때문에 기분상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동코스에서는 호수를 돌아가는 5번과, 이어지는 파 3인 6번이 근사했고, 티박스 왼쪽으로 커다란 호수에 비치는 산과 하늘의 경치가 볼만했다. 동 7번은 오르막에 우측 도그렉이긴 해도 질러가는 티샷을 해서 이글이 많이 나오는, 일종의 기회의 홀이라고 한다. 그린 앞쪽에 벙커가 있기는 해도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아서 투온을 하겠다고 기다리는 이들 때문에 좀 밀린다. 그리고 마지막인 동 9번은 상당한 오르막이 그린까지 이어지므로 헐떡이며 라운드를 마쳤다. 기억에 깊이 새겨질 코스는 아니다 싶지만 가격만 좀 내려간다면 언제라도 오고싶은 골프장이었고, 다만 서울에서는 상당히 멀기 때문에 이번에처럼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들르면 좋겠다. 우리는 1인 1차로 왔기 때문에 주차장에다 차를 놔두고는 이** 선생의 카니발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예전에 3부 티타임으로 가봤던 동/남 코스의 풍경

 

 

 

 

 

 

그런데 한동안 샷이 불안해서 고생하다가 아래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스윙을 잡았다. 백스윙 궤도에 신경쓰다보니 공을 정타로 때리기가 힘들었고, 공을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Paul Wilson이라는 프로의 레슨인데, 백스윙 후에 뒷쪽 발을 힘차게 돌려주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간단한 드릴로 다시 샷이 좋아졌다. 오래전을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에서 처음 골프를 시작하고서 대충 나가서 치다가 그래도 레슨을 받아보겠다고 McGolf의 주인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이렇게 가르쳐준 기억이 난다. 손목이나 팔을 휘두를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상체를 뒤로 돌렸다가 그대로 뒷쪽 다리를 돌려서 앞쪽 다리로 붙여버리면 된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해서 절대 공을 맞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좀 되니까 한동안 이렇게 해보겠는데 또 시일이 흐르면 어딘가 망가질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rsYJbhf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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