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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한성

hm 2020. 7. 12. 06:39

한성 cc는 가토 후쿠이치 (加藤福一)라는 일본인의 설계로 1984년에 개장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국내 최초의 회원제 27홀이었다는데 땅값이 쌌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용인의 죽전이라는 동네는 당시만 해도 첩첩산중이었을 것인데 지금은 온통 아파트가 들어서있어서 초행길에는 골프장의 입구를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예전에 가보았던 기억으로는 관리상태는 좋았지만 넓직한 페어웨이에 평이하고 그 홀이 그 홀같은 디자인이어서 그저 그랬었다. 오렌지/블루/그린 코스의 27홀이지만 굳이 다 돌아보지 않고 18홀만 쳐보면 된다 싶었다. 그랬는데 가까운 위치 덕택인지 자꾸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 이 날도 모처럼 주말에 골프 제의를 받았는데 남서울 아니면 태광 cc를 알아보겠다고 하길래 한성 cc로 가자고 꼬드겨서 잡았다. 다만 주말의 비회원 그린피가 꽤나 비싼데 어차피 이쪽 동네에서 더 싼 곳을 찾기도 힘들다. 해서 우리는 오렌지/그린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공이 좀 맞아주니까 이런 코스도 재미있다. 넓은 페어웨이라 약간 슬라이스가 난 티샷으로도 투온. 투그린이라 좀 작지만 평평한 그린에서 원펏으로 버디를 잡으며 첫 홀을 시작하려니 갑자기 한성 cc가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빤히 그린이 보이는데다가 주변에 위협스런 장애물도 없어서 코스 매니지먼트도 단순하다. 페어웨이 세컨샷을 하러 하이브리드를 뽑아들고 나서는 기분이 정말 싫은데 여기서는 아이언이면 된다. 언제부턴가 파 5에서도 심심찮게 쓰리온이 되는 덕택에 즐거운 골프다. 오르막 롱홀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생하던 시절이 언제였었나 싶게 그래도 내리막 라이보다는 이게 편안하지 막 혼잣말을 하며 친다. 이제 이런 레이아웃은 익숙해졌는데 용인권의 오래된 골프장은 대충 비슷비슷하다. 파 4는 좀 길고, 파 5는 상대적으로 짧다.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도 그쪽 시선을 의식할 필요없이 아름답고 푸른 풍광을 즐기면 되었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있긴 하지만 온그린을 방해한다기보다는 나가는 공을 잡아주려는 목적이다. 드라마틱하고 무시무시한 코스도 좋지만 모처럼 동반자인 서** 선생이 공이 잘 맞는다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스크/리워드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나도 솔직히 돌이켜보면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코스에서 보상을 얻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잔디도 7월이라 그렇겠지만 최근에 방문한 (조선잔디를 깔아놓은) 골프장들 중에서도 가장 상태가 양호했다.

주말이지만 오후라서 그린피가 17만원이다. 오전에는 이십몇만원이었을 것이니 싸게 쳤다고 좋아해야할라나 모르겠다. 그런데 일요일 오후의 골프는 사실 좀 피곤하다. 다음날이 걱정스러워 그렇겠지만 귀가길의 교통체증도 만만치가 않다. 오전에 쳐도 귀가하면 오후지만 가족들과 저녁식사할 시간이라도 있는데 날이 어두워져서야 집에 들어가니 괜히 미안해진다. 그러고보니 직장생활에 가정에 바쁘면서도 어찌어찌 골프장 순례를 계속하고 있으니 나름 행복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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