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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포천 고속도로의 최대 수혜자 중에 하나인 포천힐스를 다시 방문하는데 그동안의 느낌은 멋진 경관이지만 관리상태가 아쉽다 정도였던 골프장이다. 평균은 하는 퍼블릭이고, 저렴한 가격이 나오면 교통도 좋으니까 한번 가본다 수준의 골프장이었는데 몇년전부터 klpga 경기를 개최하였고, 아마도 코스의 상태가 역사상 최고인 시기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가든/팰리스/캐슬 코스인 27홀이며, 설계자가 누구인지 찾을 길이 없었으나 어디에선가 신원 cc를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동주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식의 기사를 읽었던 것으로 보면 전문 설계자의 손길이 미친 곳은 아니다. 그래도 몇차례의 방문에서 팰리스 6번에서 바위와 호수를 돌아나가는 디자인이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었고, 캐슬 코스는 잔디가 누랬던 겨울에만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27홀을 모두 돌아보기로 했다. 가든 코스는 호수를 따라서 펼쳐지는 후반의 홀들이 압권인 코스이며, klpga 대회는 가든/팰리스의 조합으로 치러졌다고 한다. 시작부터 왼쪽의 암벽을 따라 굽어지는 파 5 홀을 만나는데 크게 부담받지 않을 디자인이라서 기분좋게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다. 압권은 아일랜드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7번이며, 웬만해서는 해저드 근방까지 공을 보낼 수 있으므로 웨지로 어프로치하는데 잘 맞은 샷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린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도 많은 팀을 받아서인지 티박스에는 매트가, 페어웨이는 뗏짱 투성이였는데 대회를 계기로 관리가 좀 나아졌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산세는 어디를 가도 아름다와서 골프장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중에는 아주 엉터리는 없었던 것 같다. 잔디가 별로거나 가성비가 나빴던 기억은 있어도 경치와 경험만 얘기하자면 외국의 퍼블릭보다는 낫다. 한편으로는 거기가 포천이든 가평이든, 아니면 강원도 산골이든 우리가 보는 경치나 코스는 크게 차이가 없으니 이제는 그냥 싼 골프장만 찾아다녀도 될 것이다.
이후 돌았던 팰리스/캐슬 코스도 시작은 모두 파 5 홀이다. 쌩초보 시절에는 극혐이었던 롱홀이 지금은 그나마 버디를 기대하는 홀이 되었다. 무리하게 투온을 노리지 않는다면 GIR이 비교적 쉽게 나오고, 반면 파 3는 의외로 파가 어렵다. 세컨샷을 잘 쳐놓고는 슬슬 페어웨이를 걷는 맛도 파 5에서나 느낀다. 팰리스 코스에는 파 3가 3개, 파 5가 3개다. 그러고 보면 포천힐스는 지형의 장점을 잘 살린 디자인이다. 9홀짜리 세개인데 각 코스가 다 특별해서 비슷한 홀들이 없다. 단연 시그너처 홀이 팰리스 6번인데 좌측의 물과 바위들을 바라보며 하는 티샷이 아주 근사하다. 티박스를 앞으로 당겨놓아서 물을 넘기는 티샷까지는 필요없었으나 보이지 않는 그린으로의 어프로치는 쉽지 않았다.
한동안 샷의 난조로 골프치기가 두려울 정도였는데 연습장에 몇일 열심히 다녔어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왔더니 그럭저럭 공이 맞아줘서 역시 연습을 많이 해야겠구나 깨달았다. 공 12개가 모자랐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날은 공 하나로 쳤다. 후반인 캐슬 코스도 그린이 조금 느렸을 뿐 도전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9번 홀은 돌아가느냐 질러가느냐를 고민하도록 설계되어 즐거운 라운드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공이 맞으니까 좋은 골프장이다 싶지만 포천힐스를 객관적으로 봐서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가성비가 좋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면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대회를 몇번 개최하더니 이제는 지네가 명문인줄 아네? 라고 이날의 동반자 누가 말했다). 인근에 포레스트힐도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라서 조만간 거기도 다시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