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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남촌

hm 2020. 7. 11. 20:02

곤지암 3인방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이 가본 곳이 실은 남촌 cc인데 주변에 회원이 있어서였고, 최근에는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내 기억에는 송호 디자인의 전형이다 싶게 예쁘고 재미있는 18홀 코스였는데 몇년전 Kyle Phillips를 데려다가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들어서 다시 가볼 생각을 했다. 물론 제아무리 대단한 설계자라도 본래의 (거의) 완벽한 코스를 크게 고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주말의 그린피가 비싼 편이라 선뜻 엄두를 내기 힘든 곳이지만 개업한 동생들이 비용을 내준다고, 부킹만 한번 잡아달라고 애원을 하길래 가는 것이 실은 진짜 이유였다. 요즘에 나는 자켓을 걸치고 들어가야하는, (나말고) 다들 기사딸린 검정색 대형차를 타고 오는 그런 곳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있다.

우리가 시작하는 동코스는 파 5 홀부터 나온다. 멀리 그린이 보이고, 티박스에서 부담스런 광경은 보이지 않아서 무난하게 시작한다. 시각적으로 가장 멋진 홀이 동코스 6번인데 페어웨이가 좌우로 2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보기에나 근사하지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그린을 공략하기에 차이가 없다. 비슷하게 페어웨이를 좌우로 가르는 도로가 보이는 9번 홀도 그저 지르면 어느쪽으로든 간다. 후반의 서코스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그러나 소나무숲과 해저드가 더 빈번하게 출현해서 약간은 더 아름답다. 서코스 6번에서 공을 그린에 올리고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보는 산세가 남촌을 대표할 절경인데 아쉽게도 산위에 고압선 철탑이 마이너스다. 대다수의 국내 골프장들이 어떤 의도에서였든 9홀의 반복으로 만들어지는데 (1번부터 18번까지의 원웨이 골프장은 정말 드물다) 코스마다 특색이 있어서 그것도 좋지만 워밍업에서 점차 드라마틱해지다가 마무리짓는 식이 아니어서 좀 아쉽다. 예를 들어 여기 남촌은 (역시 송호 씨의 코스들인 동촌 cc나 얼마전에 가본 비전힐스도 그랬지만) 시그너처 홀이 서코스 7번인 셈이어서 동에서 서로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반대로 돌 수도 있는 것이다 (8번도 만만찮은 절경이지만 여기서도 철탑이 영 거슬린다). 설계자의 의도대로라면 동/서 코스를 돌아야하는 것일텐데 티타임 잡기도 힘든 마당에 코스의 순서에 불평할 수는 없다. 비슷한 경우로 설계자가 의도한 코스는 결국 맨뒷편의 빽티 플레이를 해야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지만 그럴 실력도 용기도 없으니 화이트티에서 코스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파 5 홀에서 어이없는 양파 때문에 베스트 스코어를 내지는 못했어도 티샷이 모두 그럴듯하게 날아가주어 행복한 날이었다. 캐디도 사근사근하게 일을 잘했고, 식당도 최고. 요즘 서울 근교에서는 다 비싸지만 기분좋게 돈을 치르는 것과 뭔가 아까운 기분은 다르다.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하는 일정이라 택시를 부탁했는데 응대에서부터 일처리까지 확실히 지난 주에 다녀온 부산쪽 골프장들과는 달랐다. 요즘에야 코스 멋들어지게 만들어놓고 스스로 명문 회원제라고 주장하는 골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내장객이 느끼는 소소한 편안함은 오랜 연륜이 쌓인 이런 곳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어떤 곳은 회원과 비회원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 맘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남촌은 늘 좋은 경험이다.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인데, 가령 토요타 캠리가 아무리 좋은 차라도 그랜저의 클래스를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가격대가 비슷해서 동급으로 취급되기도 하나)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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