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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타이거

hm 2020. 7. 10. 12:50

금요일 오후에 부킹하기가 요즘 무지 힘들다. 가격이 적당하고, 서울 근교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다보니 나온 골프장인데 파주 윗편에 있어서 강남에서의 접근성은 여주나 이천 등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채석장 터를 개발한 곳이라니까 조금 흥미가 당겼고, 송호 씨의 디자인이니 대충 감이 오면서도 평타는 하겠거니 했다. 가온/누리 코스의 18홀에 서비스 홀이 하나 더 있다는데 그럴바에는 전장을 조금 더 늘리지 그랬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요즘 건설되는 국내 골프장들이 좁고 짧은 페어웨이에 엄청나게 커다란 그린이 특징인데 여기도 들리는 소문에는 비슷하다고들 했다. 아무튼 강남에서 출발하면 구리포천 고속도로로 가나 외곽순환을 타나 비슷하게 (한시간 반은 잡아야) 멀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나서려니 가온 1번부터 커다란 호수를 넘겨야 페어웨이가 나온다. 화이트티에서 비교적 쉽게 넘기지만 이후 웨지 거리가 남는데 내리막 라이다. 예전부터 부러워하던 (막상 사람들은 재미없는 골프라고 하던) 드라이버-웨지 공략을 드디어 나도 하는구나 기뻐해야 하는 건지 내리막에 엉거주춤 서서 어렵게 공을 올리면 쓰리펏이 기본인 커다랗고 (생각보다 빠르고 단단한) 굴곡진 그린이다. 아무튼 그럭저럭 파를 해나가면서 보면 채석장 바위산이 낯설면서도 근사하다. 양잔디 페어웨이도 올 여름의 더위를 어찌 견뎠나 싶게 잘 깎여있었다. 종종 옆의 홀에서 들려오는 "뽀올~" 소리와 근처 군부대의 사격소리만 아니라면 어디 애리조나 사막에 만들어놓은 골프코스 느낌도 조금 난다. 상대적으로 나무가 적은데 채석장의 암벽은 그냥 놔두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낯선 만큼 민둥산의 모습에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싶은데 나같은 아마추어는 그저 잘 맞는 골프장이 좋은 골프장이다. 사이드 법면이 암벽이다보니까 잘못 맞은 공이 벽치기로 튀어들어오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주에는 티샷에 비해 아이언이 시원찮아서 레슨을 다시 받았는데 늘 이렇게만 공이 맞아준다면 골프가 참 쉽겠다. 본대로 공이 가고, 본대로 퍼트가 들어간다. 이색적이고 페어웨이의 관리상태도 좋아보이는 골프장이지만 서울 강남에서는 확실히 멀다. 길이 막히는 것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어디 원주나 충주까지도 갈 거리다. 이날은 특히 누구 차를 얻어타지 못하고 내가 운전하고 다녀오려니까 끝까지 힘든 여정이어서 이대로 쭈욱 가다보면 북한이 나오는 거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북쪽이다. 가격도 금요일 오후임을 감안하면 그리 싸지 않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모처럼의 힐링인데 드라이브다 생각하면 서울에서 좀 벗어나는 편이 좋다. 포천이나 파주 근방의 맛집들도 여간해서는 가볼 일이 없었던 곳들이라 저녁식사까지 다 즐거웠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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