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용인과 수원 사이에 있어서 서울에서의 접근성 측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태광 컨트리클럽은 회원제 27홀에 퍼블릭 9홀을 갖춘 나름 대규모인 골프장이다. 이번이 벌써 서너번째 방문인데 마지막으로 가본 시기가 몇년전이니 최근에는 가성비 위주로만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는 1984년에 개장할 당시에 남/동 코스가 회원제로 만들어졌고, 이후에 추가된 회원제 9홀이 서코스, 대중제 9홀이 북코스가 되는데 실은 퍼블릭은 로테이션으로 바뀌곤 하므로 지금은 동코스가 퍼블릭이라고 한다 (갈때마다 18홀의 순서가 바뀌는 모양이라서 어떤 코스로 부킹하더라도 후반에 어디를 도는지 알기 어렵다). 처음에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찾을 길이 없으나 추가한 회원제 9홀은 연덕춘 씨가, 대중제 북코스는 임상하 씨가 했다고 되어있으니 아마도 둘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코스의 형태를 한번 보고갈까나 싶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설계를 누가 했는지, 코스의 모양이나 공략법 같은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신갈오거리를 지나 바로 나오는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서 보니 주변은 온통 아파트로 둘러싸였다. 처음 짓던 당시에는 꽤나 시골이었겠지만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다. 비도 적당히 내리는 시기라 코스의 상태는 좋을 것 같았는데 아무튼 우리에게 배정된 코스는 남/동 코스의 18홀이다.
이제 완연한 여름이 되어 2부 티타임은 힘이 든다. 아이스커피와 얼음물로 무장하고 나가지만 후끈한 날씨는 어쩔 수가 없어서 금방 지친다. 다행히도 태광의 코스 레이아웃은 똑바르고 넓고 평탄해서 이 더위에 산을 오르고 내려가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 싶다. 예전의 기억으로는 스코어도 죽을 쑤었던 것 같은데 티샷이 살고, 세컨샷도 그린 근처까지 가주니 쉬운 그린까지 해서 모처럼만의 파의 행진이었다. 주변의 아파트가 약간 신경쓰이긴 해도 오래된 골프장 답게 빽빽한 나무와 정원같은 조경이 인상적이다. 7월 초순에 우리나라 어디를 가면 안 그렇겠냐마는 한껏 푸른 페어웨이와 그린도 아름다웠다. 다만 (3부를 돌리기 때문이겠지만) 페어웨이의 잔디가 웃자라서 러프같았고, 그린은 곳곳이 패여있으면서 느렸다. 내장객이 많아서 홀마다 대기를 해야하나 걱정했지만 그래도 죽죽 빠지는 진행이었다. 그런데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지만 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27홀, 36홀 골프장을 만드는 이유는 그저 손님을 더 받자는 목적 그것 뿐일까? 외국처럼 각 코스의 설계자를 다르게 한다던지 아니면 최근 생기는 코스들처럼 한쪽은 산악지형, 다른 쪽은 물이 많은 식으로 하면 완전히 다른 코스를 도는 신선함이 있을 터인데 여기 태광 cc처럼 그저 동서남북으로 구분해놓고 거기가 거기같은 골프장은 (한 코스만 돌아봐도 다 본 느낌?) 굳이 또 와보고싶은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이런 식의, 비싼 회원권 가격으로 명문이다 큰소리치는 골프장은 점차 인기를 잃어가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강남에서 한시간쯤 가야하는 퍼블릭도 2십만원에 가까운 그린피를 받으니 태광이랑 별반 차이도 나지 않는다. 해서, 태광 cc가 한번이라도 가보고싶어 애타는 그런 골프장은 아닌데 입지 하나는 최고이므로 재방문의 기회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