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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한맥

hm 2020. 7. 9. 20:03

문경 gc에서의 오전 라운드가 일찌감치 끝난 터라 중간의 예천 용궁순대로 점심을 먹고는 예천에 있는 한맥 cc로 간다. 내가 점촌에 살던 20년전에는 예천이 문경보다도 훨씬 깡촌이었는데 그사이 경북도청이 이전하고 해서 좀 발전했다고 한다. 한맥 cc의 위치는 거의 안동까지 가야했기에 문경에서도 차로 한시간이나 걸렸지만 라운드를 끝내면 바로 옆의 중앙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위치다. 입지 덕택에 주말이면 대구쪽에서 오는 내장객이 많다고 하며, 설계자가 문경 gc와 마찬가지로 랜드엔지니어링 (임형채 씨?)이지만 코스에 대한 평은 훨씬 좋은 편이다. 배경으로 보이는 산세도 어제의 주흘산보다 더 험악해보이는 (그러나 더 아름다운) 소백산 (내지는 월악산) 이다. 저멀리 능선이 겹쳐보이는 경치가 이 골프장의 자랑이며, 경북 오지에 어울리지 않을 양잔디 페어웨이는 신선한 놀라움이었다. 스타트 광장의 앞에는 신응수 대목장의 작품인 정자가 있는데 근사해보이기보다는 화려한 기와지붕이 무겁게만 보이는 것은 아직 내가 덜 늙어서일 것이다.

한맥 코스의 첫 홀부터 시원스런 경치가 펼쳐진다. 저멀리 산들이 보일뿐 민가도 송전탑도 눈에 거슬리지 않아서 인공물은 오직 골프카트 뿐이다. 공만 잘 맞아주면 좋겠는데 티샷이 좋은 날에는 어프로치가 어이없이 짧고, 숏게임이 잘되면 티샷이 휘어지는 게 골프다. 이날은 첫 티샷부터 공이 똑바로 날아갔으니 굳이 많은 고민을 할 것도 없었지만 요즘에 공은 잘 맞는데 스코어는 여전해서 스윙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다시 연습장에 다니고, 레슨도 받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론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단순하게, 스윙은 뭔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야 공이 제대로 맞는다는 사실이다. 다 알고는 있어도 덥고 힘들면 다시 힘이 들어가고, 뭔가 조작이 가해지게 된다. 초보 시절에는 온갖 이론을 탐독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다 시큰둥하고 그저 공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만 신경쓰려고 한다. 힘들면 잠시 진행을 멈추고 담배연기를 푸른 산자락에 뿌리며 쉬었다가 또 전진이다. 물론 후반의 17, 18번처럼 기본적으로 거리와 방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예 파는 꿈도 꾸지 못할 핸디캡 홀들도 있었다. 여기는 전후반이 완전히 다른 코스여서 내게는 보다 드라마틱한 경치의 후반 노블 코스가 더 좋았으나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기분좋게 치리라 늘 마음먹지만 기본적으로 공이 맞아줘야 기분도 좋은 법이다. 아름다운 한맥 cc에서 유일한 단점은 그린이었는데 날씨의 탓도 있겠지만 최근 야간라운드도 개장해서인지 거의 관리가 안된 모습이었다. 아, 리필이 안된다는 그늘집 커피도 단점이다. 대부분의 다른 팀들은 음료와 간식은 물론이고 술도 그득그득 싸와서는 그늘집에 들어가 버젓이 까먹던데 우리나라 골프장 식음료의 가격과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으면 점점 더 저럴 것이다.

평일에 저멀리 경북 산골까지 가서 원없이 골프를 쳤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남겨둔 채로 귀가길에 오른다. 나이들어 골프를 배웠고, 여전히 어떤 날은 7짜를, 다른 날은 백돌이를 전전하지만 행복하다. 내 주변에 골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프로의 심정은 모르겠지만, 나도 아침에 일어나면 골프장으로 출근하고싶다는 (좀) 중2병같은 생각도 아직 하지만, 실상은 일하고 가족행사 챙기고 그러면서 짬을 내서 치는 골프다. 출근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 업무가 기다리고, 일년에 한번정도나 골프를 치는 동료들에게 슬쩍 언제 공이나 한번? 말을 꺼냈다가 무안해지기 일쑤다. 주말은 비싸니까 어떻게든 평일에 특가가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러자면 멤버 모으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평일에 싸다고 해봤자 이것저것 십만원은 족히 드니까 돈도 문제인데 가끔 클럽도 바꾸고 싶어지고, 연습장 등록해서 레슨도 받아야겠고, 라운드당 서너개는 사라지는 공도 사야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나가서 치고 있으니까, 건강에도 아직 문제가 없으니 나름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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