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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캐슬파인 cc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골프장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어지는 360도 컨트리클럽은 비교적 신생 골프장이지만 모던한 분위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짧은 기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퍼블릭이지만 Brian Costello를 데려다가 설계를 맡겼고, 초창기에는 타수에 따라 돈을 받느니 하는 이벤트도 하고 그랬다. 대회의 개최에도 열심이어서 (솔직히 프로대회가 열릴 코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몇년전에 KPGA 경기도 열린 곳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도를 띄워놓고 보면 바로 앞의 캐슬파인과 똑같은 18홀인데 면적은 절반 수준이니 설계자가 꽤나 고심했겠다 싶다.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도 경치도 이쁘고 관리상태도 좋지만 심각하게 어렵다는 식이고, 골프장이 주장하는 컨셉도 골프 좀 친다는 이들이 찾는 코스라고 했다 (그런데 실은 옆의 캐슬파인이 더 어렵고 재미있는 코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 방문한 것이 2015년 여름이었는데, 평일 오전에 "조식포함 8만원" 이런 문자가 왔길래 뒤도 안 돌아보고 사이트에 접속해서 부킹했었다. 새벽에 가족들이 깰새라 주섬주섬 옷을 챙겨서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제2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라 여주ic를 나와서도 한참을 가야했었다. 첫 인상이 마치 아시아나 cc가 연상되는, 물결치듯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였고, 일단 시각적으로 근사하게 보였다. 블라인드 홀이 많고, 계단식 산악 코스이며, 커다랗고 어려운 그린인데 사람들이 여기 다녀가면 머리가 360도 돌아버리니 어쩌니 하지만 골프를 좀 쳐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나라 산악지형에 이보다 더 황당하고 어려운 코스는 널렸다는 것을. 좁은 산허리를 깎아 만드는 골프장은 제아무리 해외의 유명한 설계자를 모셔와봤자 어쩔 도리없이 페어웨이의 한쪽은 철저하게 버리고 반대쪽으로만 공략하게 된다. 전장이 길지 않아서 코스에 대한 이해만 좀 생기면 (아니면 캐디 말을 잘 들으면) 좋은 스코어를 적을 수 있다. 아무튼 이후에도 두어번 더 갔었는데 안개가 자욱하거나 추워지는 시기여서 사진빨이 별로였다.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의 한복판에 방문하는데 더우면 골퍼는 고생이지만 쨍한 하늘에 사진빨은 무조건 좋을 시기다.
1번 홀에 서서 앞의 팀이 헤매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오비티 (또는 해저드티) 선상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들을 보면 내 마음도 답답해진다. 그린 주변에 꽃모양으로 조성된 벙커를 보니 역시 Brian Costello의 스타일이다 싶은데 들어가면 어차피 똑같지만 가령 송호 씨나 잭니클라우스의 벙커는 모양도 위치도 좀 다르다. 전반에서 가장 도전적인 홀이 3번인데 모양은 그린이 보이지 않는 도그렉 파 5지만 힘차게 티샷을 지르면 의외로 투온 어프로치의 기회가 생기는 것도 Brian Costello 식이다. 즉, 어려워보이지만 마음의 부담만 덜어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편안해 보이는 코스에서 그럭저럭 잘 쳤는데 스코어는 죽을 쑤는 식이 RTJ나 잭니클라우스 스타일이라면 여기 360도는 완전히 반대였다. 무시무시해보이지만 막상 끝나고보면 스코어는 그럭저럭 괜찮다. 산악지형이라 힘들겠지만 내 경험상 이런 코스에서는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면 더 잘치게 된다. 카트길로 가면서 바라보는 코스와 천천히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다음 샷을 구상하는 것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식의 cart path only 골프는 코스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것이다. 세심하게 신경써서 만들었는데 한 자리에서 샷을 하고는 씽~ 하고 지나가버릴테니 굳이 그 사이를 신경쓸 이유가 없다.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그린에만 신경쓰면 좋은 평을 받을테니 그런 식으로 코스를 만드는 모 국내 설계회사가 요즘 잘나가는 이유일 것이다.
360도 cc에서는 모든 홀들이 초보 골퍼의 기를 죽이게끔 생겼지만 시각에 위축되지 않고 치면 짧은 어프로치 거리가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옆의 캐슬파인이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여기가 호황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어렵다고, 360도 돌아버린다고 하지만 몇번 쳐보면 스코어가 팍팍 줄어드는 것이 보이니까 마치 실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Brian Costello 코스는 다 이런 식으로 골퍼의 시각을 중시한다. 정작 어려움은 그린에서 나온다. 커다랗고, 이단 삼단으로 구겨놓은 그린은 상상력을 테스트하는 것인지 골퍼들을 괴롭히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브레이크를 읽고 스피드를 조절해서 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퍼팅을 해놓고 운을 바래야하는 이런 식의 그린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모르겠다.... 캐디가 말해주는 대로 윗단이나 아랫단에 핀이 있는 위치로 어프로치하는 능력을 원하는 것인지... 물론 이런 코스도 블루나 빽티로 가게되면 더더욱 무시무시한 타겟골프가 될 것이니 실력이 더 늘더라도 굳이 다시 와보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관리상태나 친절한 직원들은 360도 cc의 강점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