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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라는 도시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일박이일 골프를 빙자하여 방문하기로 했는데 첫날의 코스는 정읍에 있는 회원제 태인 cc다. 성치환 씨가 설계해서 1997년에 개장한 골프장으로 정규 18홀에다가 7홀짜리 퍼블릭이 딸려있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답고, 코스의 관리상태도 좋다는 칭찬일색인 곳이라 은근 기대에 차서 꽤나 먼 거리를 내려간다. 강남에서 3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탔으니 불평할 수는 없었다. 골프장에 도착해서 보니 (원래도 관리상태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지만) 지난 주에 장마가 지나간 뒤라 잔디의 상태가 더 좋아보인다. 클럽하우스 식당에는 푸짐한 김치찌개가 만원에 놀랍게도 (개고기) 보신탕도 판다. 심지어는 양이 푸짐하면서 무지 맛있다.
마운틴/레이크 코스의 순서인데 여기는 정말로 전반은 산을 올라가고, 후반은 물을 끼고 친다. 특히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후반의 홀들이 아름다와서 은근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여기도 산자락을 돌아나가는 형태라 티박스에서는 무시무시하고, 세컨샷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전형적인 한국식) 디자인이었다. 파 3 홀들에서는 계곡을 넘어가야하고, 파 5 홀들은 버디를 노려볼만하게 생겼다. 반대로 후반인 레이크 코스에서는 파 3 홀들은 물을 넘기게 되고, 파 5 홀에서는 어프로치에서 해저드를 조심해야 한다. 레이크 6번이 좋은 예가 되는데 산을 끼고 왼쪽으로 도는 도그렉 파 5이지만 안전빵으로 보통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서있는 은행나무를 노리게 된다. 약간 밀린 내 티샷이 하필이면 왼쪽의 산을 넘어가버렸는데 잠정구를 치고 나가서 보니까 아슬아슬하게 공이 살아있었다. 물론 거기서도 그린까지 두번에 가지는 못했으나 나도 잘만하면 230미터 티샷이 나오는구나, 아마추어는 역시 비거리에 웃다가 울다가 하는구나 싶었다. 무지하게 더운 날씨에 산을 오르내리느라 고생했으나 그건 내 사정이고, 전반을 끝내고 그늘집 대기가 한시간인 것은 좀 심했다. 게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로 후반 몇 홀을 치지 못했다. 폭우에다 번개가 마구 치는데도 경기의 중단은 골퍼 책임이며 할인은 없으니 알아서 결정하세요 식의 운영이라 처음의 좋았던 인상을 다 구겨버렸다.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로 논산훈련소같았던 샤워장은 약과였고, 환불해라 못해준다 고성이 오간 클럽하우스 프론트에도 질려버림. 먼 동네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전라도 한정식을 먹어보자며 간 식당은 막걸리를 주문하면 안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전주 옛촌막걸리. 음식이 하나같이 맛있고 양도 푸짐해서 모처럼 과식을 했는데 솔직한 심정은 서울 강남의 어디쯤에 있는 남도음식점이 (가격도 만만찮게 비쌌음) 더 낫다. 다음날 아침으로 먹은 현대옥 콩나물해장국은 서울에서 먹던 맛보다 열배는 더 좋았어서 그나마 만족.